나무 옆으로 하천이 흘러 수분 공급이 충분하고 사질토에 자갈이 섞인 토양이라 배수가 좋고 홍수 때 실어다 주는 비옥한 흙이 쌓여 최상의 조건에 자라는 행복한 나무이다. 걱정이라면 이제 천수(天壽)에 거의 도달하여 어느 순간 명을 다할지는 나무 자신도 모르는 것이다. 나이는 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당시 6백년으로 추정하였으니 그대로 믿는 다면 지금은 640여 년이 된 셈이다. 잘 알려진 대로 이 나무는 조선 세조10년(1464) 임금이 법주사로 행차를 할 때 가마가 이 소나무의 아랫 가지에 걸리자 가지를 쳐들어 임금의 가마를 무사히 통과시켰다는 전설이 있다. 그래서 이 소나무를 "연(輦)걸이 소나무"로 부르기도 하며 임금이 이곳을 지나다가 비를 피했다는 말도 있다. 임금과의 이런 인연으로 어느 날 이름 없는 소나무에 오늘 날 장관에 해당하는 "정이품(正二品)"의 벼슬을 내렸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는 사람도 하기 어려운 높은 벼슬을 한 이 나무를 "정이품소나무"라고 부른다. 이 소나무가 서 있는 앞마을의 명칭이 진허(陣墟)인데 이것은 그 당시 왕을 호위하던 군사들이 진을 치고 머물렀다는 데서 생긴 지명이라고 한다. 나무의 크기는 높이가 14.5m, 가슴높이 둘레가 4.8m, 가지 길이는 동서 약 13.7m, 남북이 약 17.3m이다. 나무는 긴 원뿔 모양으로서 사방으로 고루 퍼진 곁가지가 알맞게 아래로 드리우고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나무의 하나로 꼽혀왔다. 그러나 1993년 봄의 폭풍에 남쪽 가지 하나가 분질러져 버려 대칭적인 아름다움이 많이 가셔져 버렸다. 그래도 동북쪽으로 가서 적당한 거리에서 보면 수관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감상할 수 있다. 흠이라면 가지가 더 이상 분질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받쳐둔 쇠말뚝이 너무 어울리지 않아 나무의 품위를 망쳐버리는 것이다. 2004년 3월의 강풍과 폭설로 북쪽가지 3개가 또 분질러져 버렸다. 천수가 다 되어가는 힘겨운 삶에 자연의 재해까지 이어지니 나무의 삶이 괴롭다. 이 소나무는 알려진 이름 덕분에 보존을 위한 예산을 아낌없이 받는 나무이다. 줄기 아랫 쪽 일부가 썩어서 여러 번 충전처리를 하였고, 1982년에는 솔잎혹파리가 범접할까 봐 높이 18m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철골시설물을 세우고 그 위에 방충망을 씌워 솔잎혹파리의 침입을 막기도 하였다. 심지어 나무의 꼭대기에는 벼락을 맞을 까봐 피뢰침까지 달아 두었다. 어쨌든 세조라는 옛 권력자와의 인연으로 모든 이의 사랑을 받으며 좋은 환경에서 행복한 삶을 마음껏 누리는 귀족나무이다. 어느 순간에 잘려나갈지 모르는 이름 없는 나무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분명 위화감을 느낄 만하다. 반면에 바로 옆 도로를 지나는 수없는 자동차의 매연은 행복한 나무가 아니라 괴로운 나무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소개 간판의 나이가 어느 사이 800년이다. 전설를 그대로 믿는 다면 640년 전에도 상당히 큰 나무로 보아야 하니 800년 정도로 주장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에서 자기 고장 나무는 무조건 나이를 올려잡은 경향이 강하다. 1970년대에 산림과학원에서 분진러진 큰 가지로 나이테 수를 조사하였더니 340년 정도이었다한다. 이를 미루어 본다면 생물학적인 실제 나이는 약 400년으로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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