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으로 말을 걸어오는 이 땅의 나무들
그 깊고 오랜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이 나무는 이름이 뭔가요?” 사람들이 나무를 보면 가장 먼저 하는 질문입니다. 나무 이름을 알게 되면? 이런 질문이 뒤따릅니다. “왜 이런 이름이 붙었죠?” 사람들은 왜 나무의 이름을 궁금해 할까요? 나무의 이름이 나무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고, 더 많이 알아가는 출발점이 되기 때문은 아닐까요?
그런데 나무의 이름에 담긴 이야기를 듣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나무의 이름은 잎·꽃·열매 등의 생김새나 색깔에 따라 붙기도 하고, 자라는 곳, 생태, 쓰임새에 따라서 붙기도 합니다. 옛날부터 사용하던 우리말로 된 나무 이름도 있고, 한자가 쓰이기도 하고, 비교적 최근 서양에서 들어온 단어가 붙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말들이 서로 뒤섞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고민을 해도 그 유래를 알기 어려운 이름도 많습니다. 나무 이름은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스레 만들어지고, 또 변해왔기 때문이죠.
50년 동안 나무만 연구해온 박상진 교수가 쓴 《우리 나무 이름 사전》에는 400여 종에 달하는 나무들의 이름이 실려 있습니다. 각 나무 이름마다 그 유래와 거기 담긴 뜻을 풀었습니다. 자연스레 나무의 생태는 물론 우리 문화와 역사, 우리말에 대한 이야기들이 따라 나옵니다. 여기에 중국과 일본의 나무 이름도 함께 싣고, 라틴어로 된 학명에 담긴 의미도 정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책 뒤에는 나무 이름의 구성 방식과 그 원리를 밝힌 글, 점차 달라지고 있는 남과 북의 나무 이름에 대한 글도 담았습니다.
추천사
나무는 그 이름으로 우리를 끌어당긴다. 나무 이름에 매혹된 이들을 위해 박상진 선생이 공들여 나무와의 연애지침서를 썼다. 살뜰하기 한량없다. 나는 이 책을 늘 손닿는 곳에 놓아둘 것이다. - 안도현
책 속에서
사람과 사람이 처음 만나면 이름부터 주고받는다. 나무와 친근해지는 첫걸음도 이름을 아는 것이다. 또한 이름을 기계적으로 외우기보다 그 뜻과 유래를 알면 훨씬 쉽게 머릿속에 담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무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힐 수 있다. -머리말 중에서
제주도의 양지바른 계곡 등에 드물게 자라는 자그마한 나무다. 꽃은 둥근 공 모양의 꽃차례를 이루어 달리는데, 꽃마다 하얀 돌기처럼 가는 암술이 길게 나와 있다. 꽃이 지고 나면 매끈한 둥근 공만 남아서 영락없는 스님의 머리 모양이다. 한자로 점잖게 승두목(僧頭木)이라고 쓰기도 하나, 직설적으로 말하면 ‘중대가리나무’다. 본래 이 이름으로 불려왔으나, 최근 꽃이 구슬 모양이라 하여 구슬꽃나무를 정식 이름으로 정했다. - 구슬꽃나무(중대가리나무)
남해안과 섬 지방에 자라는 돈나무란 자그마한 나무가 있다. 열매가 늦가을에 익어 벌어지면 끈적거리고 약간 달콤한 점액이 나온다. 여기에 파리를 비롯한 각종 곤충이 모여들고 불쾌한 냄새가 난다. 그래서 제주도에선 ‘똥낭’이라 하는데, ‘똥나무’란 뜻이다. 된소리가 거북하여 표준 이름을 정할 때 발음을 순화해 돈나무가 되었다. 엉뚱하게 이름만 보고 돈(錢)과 관련된 나무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차피 돈과 똥은 발음으로나 실제로나 그렇게 먼 사이는 아니다. - 돈나무
물푸레나무란 이름은 ‘물을 푸르게 하는 나무’란 뜻이다. 므프레-무프레-물푸레로 변화 과정을 거쳤다. 한자 이름 수정목(水精木) 혹은 수청목(水靑木)도 우리 역사 기록에 여러 번 나온다. 실제로 어린 가지에서 껍질을 벗겨 맑은 물에다 담그면 가을 하늘을 떠올리게 하는 맑고 연한 파란 물이 우러난다. - 물푸레나무
저자 '박상진'은
1963년 서울대학교 임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교토대학 대학원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산림과학원 연구원, 전남대학교 및 경북대학교 교수를 거쳐 현재 경북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목재공학회 회장, 대구시청 및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을 역임했다. 2002년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2014년 문화유산 보호 유공자 포상 대통령표창, 2018년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궁궐의 우리 나무》,《부여의 나무 이야기》,《나무탐독》, 《우리 나무의 세계Ⅰ·Ⅱ》, 《우리 문화재 나무 답사기》, 《나무에 새겨진 팔만대장경의 비밀》, 《역사가 새겨진 나무 이야기》를 비롯하여 아동서 《오자마자 가래나무 방귀뀌어 뽕나무》, 《내가 좋아하는 나무》 그리고 전문서 《목재조직과 식별》 등 여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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