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산 서울 성곽 나무해설
□ 북악의 식생 종합 안내
북악의 식생
경복궁의 진산(鎭山)인 북악은 높이 342m에 이르며 화강암이 주를 이룬 돌산으로, 산 능선을 따라 조성된 성곽 주위로 수목이 가꾸어져 있다. 특별히 소나무는 조선 개국 초부터 특별 보호 대책을 세워 관리되었다. 조선조 내내 잘 보존되어 온 소나무 숲은 일제∨강점기 이후 숲이 방치되면서 능선 주위에만 주로 살아남아 오늘에 이른다. 북악산은 근 40년간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은 덕분에 식물들이 잘 보존된 천연의 공간이 되었다.
지금 자라고 있는 식물은 208종류이고 그 중 나무는 81종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키 큰∨나무(교목류)로는 소나무, 팥배나무, 때죽나무, 산벚나무 등이 있고 키 작은 나무(관목류)로는 진달래, 철쭉, 쥐똥나무, 국수나무 등이 있다. 바늘잎나무로는 소나무가 대부분이며 넓은잎나무는 참나무 등 여러 종류가 섞여 자라고 있다. 그 외 성곽 주변에 아까시나무, 은수원사시나무, 리기다소나무 등 토사 유출을 막기 위하여 심은 나무와 최근 조경수로 심은 스트로브잣나무 등이 자라고 있다. 팥배나무 군락은 숙정문 일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다른 곳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북악 특유의 식생이다. 팥배나무를 비롯한 새 먹이가 될 수종이 많기 때문에 야생동물로는 새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 수목해설
가죽나무 Tree of heaven 소태나무과
가짜 중나무란 뜻에서 가죽나무란 이름이 생겼답니다. 그래서 스님들이 잎을 먹는 진짜 참중나무는 따로 있지요. 아무 곳이나 빈터만 보이면 가리지 않고 터를 잡아 빠르고 곧게 잘 자라 줍니다. 잎 가장자리에 노린내를 풍기는 작은 사마귀가 붙어 있어서 비벼보면 냄새가 나는 것이 이 나무의 특징이랍니다.
갈참나무 Oriental white oak 참나무과
도토리가 달리는 참나무 식구 여섯 중의 하나입니다. 잎자루가 길고 가장자리가 물결 모양인 점이 다른 참나무와 구별 기준이지요. 가을이면 큰 잎이 유난히 사람들 눈에 띄므로, 가을 참나무란 뜻으로 갈참나무가 된 것 같습니다.
개나리 Korean forsythia 물푸레나무과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 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
동요처럼 개나리와 병아리로 이어지는 노란빛은 봄의 화사함을 대표합니다. 초본인 나리꽃을 닮았을 뿐, 진짜 나리가 아니라는 뜻으로 개나리란 이름이 생긴 것입니다. 학명(學名)에 코리아나(koreana)가 들어갔으니 우리가 더욱 사랑해 주어야 할 토종나무입니다.
노간주나무 Temple juniper 측백나무과
척박한 바위틈이나 메마른 땅에서도 잘 자라는 자그마한 바늘잎나무입니다. 가지는 모두 하늘로만 솟아 뾰족한 나무 모양을 만듭니다. 나뭇가지는 특별한 쓰임이 하나 있습니다. 이 땅의 송아지들은 아무리 아파도 노간주나무로 코뚜레를 해야만 어미 소가 될 수 있답니다.
다릅나무 Amur maackia 콩과
잎 모양은 아까시나무와 매우 비슷하지만, 작은 잎 끝이 짧게 뾰족해지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나무를 잘라보면 가장자리는 연한 황백색이고 중심 부분은 짙은 갈색으로 안팎이 분명하게 다릅니다. 이런 특징을 살려 나무 조각 재료로 많이 쓰입니다.
단풍나무 Korean maple 단풍나무과
단풍나무가 있어 한국의 가을 산은 더욱 아름다워집니다. 온도가 내려가면 잎자루 안에는 가지와의 인연을 끊는 차단 장치가 생기고, 잎에는 붉은 색소가 쌓여 단풍이 듭니다. 단풍나무 목재는 재질이 고르고 탄력성이 좋아 체육관 바닥재로는 최고급품입니다
때죽나무 Korean snow-bell 때죽나무과
매끄러운 흑갈색 나무껍질과 5월에 수백 수천 개씩 무리지어 피는 종(鐘) 모양의 하얀 꽃이 특징입니다. 꽃 진 자리마다 타원형의 열매가 달려 가을에는 회갈색으로 익습니다. 그 모습이 마치 중이 떼로 몰려 있는 것 같다 하여 떼중나무로 부르다 때죽나무가 되었다고도 합니다.
리기다소나무 Pitch pine 소나무과
1907년경 미국 동남부 지방에서 시집왔습니다. 메마르고 척박한 산에도 잘 살 수 있으므로 60~70년대의 우리 산에 많이 심었답니다. 그러나 재질이 나쁘고 송진이 많아 사람들이 쓰기를 꺼려합니다. 그래도 헐벗은 우리 산을 푸르게 만들어 준 고마운 나무지요. 한 묶음에 잎이 2개씩인 우리 소나무와는 달리, 리기다소나무는 한 묶음에 잎이 3개씩이고 줄기에서도 잎이 나옵니다.
무궁화 Rose of sharon 아욱과
늦봄에서 가을까지 계속하여 무궁무진하게 꽃이 핀다 하여 무궁화라고 합니다. 끊임없는 외침으로 온갖 수난을 겪으면서도 민족을 이어온 우리의 끈기를 상징하는 꽃입니다. 병충해에 강하고 꽃이 아름다운 품종이 많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물푸레나무 Korean ash 물푸레나무과
물을 푸르게 한다는 뜻으로 물푸레나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어린가지 꺾어 맑은 물에 담그면 정말 파란 물이 우러납니다. 아름다운 이름과는 달리 예전에는 주로 죄인의 볼기짝을 치는 곤장 나무로 쓰였습니다. 그 외 도리깨 등 농기구를 만드는 데 널리 쓰였고 야구 방망이나 정구 라켓 등 운동기구를 만드는 데에도 빠지지 않았답니다.
백목련 Lily tree 목련과
연꽃과 닮은 꽃이 나무에 핀다 하여 목련입니다. 제주도에 자생하는 순수 우리 목련도 있으나, 주위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목련은 중국에서 들어온 백목련이랍니다. 털벙거지를 뒤집어쓴 듯한 손가락 마디 굵기의 겨울눈이 대부분 북쪽을 보고 있다 하여 북향화(北向花)라고도 합니다.
복자기 Rough-barked maple 단풍나무과
단풍나무와 생김새는 조금 달라도 같은 형제 나무입니다. 여러 단풍나무 종류 중에 단풍이 가장 아름답게 드는 나무랍니다. 옛 사람들이 온 산에 붉음이 가득하다는 뜻으로 말한 ‘만산홍엽’의 진정한 의미는 바로 이 복자기 단풍을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푸른 가을 하늘과 복자기의 붉은 단풍은 가히 환상적인 어울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복사나무 Peach 장미과
봄이 한창일 때 피는 연분홍 복사꽃은 봄날을 더욱 화사하게 해줍니다. 복숭아는 신선이 먹은 과일이었습니다. 서유기의 주인공 손오공은 신선의 복숭아를 훔쳐 먹었다가 5백 년을 바위 틈에 갇히게 되었죠. 아름다운 꽃을 감상하고 맛있는 과일은 임금님이 드시도록 궁궐에도 널리 심었습니다.
사방오리나무 Japanese Alder 자작나무과
1940년경 산사태막이 나무로 쓰기 위하여 수입한 일본 오리나무입니다. 우리 오리나무 보다 메마른 땅에 더 잘 버틸 수 있답니다. 대체로 사방오리나무가 심어져 있으면 옛날에 토사가 흘러내리던 황폐한 땅이었습니다. 나무는 여러 농기구를 만들고 열매는 염색제로 쓸 수 있습니다.
산벚나무 Sargent's cherry 장미과
버찌가 달리며 산에 많이 자란다고 하여 산벚나무입니다. 이른 봄날의 칙칙한 산속에다 환하게 꽃 잔치를 벌려 놓아 멀리서도 금방 찾아 낼 수 있는 아름다운 꽃나무죠. 매끄러운 껍질에 일자(一字)로 생긴 가로 숨구멍이 특징입니다. 재질이 좋아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만드는 데도 많이 쓰였습니다.
산뽕나무 Silkworm mulberry 뽕나무과
뽕나무를 키워 누에를 치고 비단을 짜는 일은 농업과 함께 옛날에는 중요한 나라의 기간산업이었습니다. 궁궐에도 널리 심어 왕비가 직접 시범을 보이는 친잠례(親蠶禮)란 행사도 했답니다. 오디라고 부르는 열매는 영양가 높은 간식거리일 뿐더러 기침을 멈추고 오줌이 잘 나오게 하는 약으로도 썼습니다. 누에 자체를 말린 것이나 뽕나무에서 자란 상황버섯도 모두 건강식품으로 사랑을 받습니다.
상수리나무 Sawthooth oak 참나무과
참나무 종류의 맏형이랍니다. 흔히 마을 뒷산에 잘 자라면서 가을에는 굵고 튼실한 상수리라 불리는 열매를 수없이 매답니다. 그래서 흉년이 들 때 백성들의 배고픔을 달래는 비상 양식이었죠. 나무는 단단하고 잘 썩지 않아 기둥이나 농기구를 만드는 데 두루 쓰였으며, 참숯의 재료도 많이 쓰입니다.
생강나무 Korean spice bush 녹나무과
숲속에서 가장 일찍 꽃 피우는 봄의 전령사 나무입니다. 샛노란 꽃이 동그란 작은 송이를 만들어 몽글몽글 피어나죠. 평지에 흔히 심는 산수유와 꽃 모양이 아주 닮았습니다. 가지나 잎에서 상큼한 생강 냄새가 나므로 생강나무란 이름이 생겼답니다.
소나무 Korean red pine 소나무과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자라는 바늘잎나무입니다. 땅이 메마르고 척박하여도 소나무는 별로 가리지 않습니다. 다만 햇빛을 매우 좋아하고 자라는 속도가 조금 늦어 다른 나무들과의 경쟁력이 약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자기들끼리 떼 지어 모여 살기를 좋아하죠. 우리나라는 숲이 우거지면서 차츰 소나무가 사라지고 있어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스트로브잣나무 White pine 소나무과
북아메리카에서 1920년경 수입하여 심은 바늘잎나무입니다. 땅 힘이 조금 모자라도 곧게 빨리 잘 자라며 나무 재질도 좋아 처음에는 주로 재목을 생산할 목적으로 심었답니다. 모양새가 좋아 지금은 오히려 조경 수목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름은 잣나무지만 잣은 오직 우리 잣나무에만 달립니다.
아까시나무 Black locust 콩과
19세기 말 북아메리카에서 들어온 원조 수입 나무입니다. 공중 질소를 고정하는 능력이 있어서 척박한 땅에도 잘 자라므로 토사가 흘러내리는 헐벗은 산에 널리 심었습니다. 꽃은 질 좋은 아카시아 꿀을 생산하며 나무는 단단하고 황갈색의 아름다운 색깔을 나타내어 요긴하게 쓸 수 있습니다. 열대지방에 아카시아란 별개의 나무가 있으므로 아까시나무라고 해야 맞는 이름입니다.
오리나무 Korean alder 자작나무과
‘산새도 오리나무/위에서 운다./산새는 왜 우노. 두메산골/영(嶺) 넘어가려고 그래서 울지/눈은 내리네, 와서 덮이네./오늘도 하룻길/칠팔십 리/돌아서서 육십 리는 가기도 했소... ’
소월의 시처럼 계곡에서 고갯마루까지 어디에나 널리 자라는 흔한 우리 나무입니다. 오∨리마다 한 나무씩 심어서 오리나무가 되었답니다. 먼 길 떠나는 나그네의 길라잡이였고 쉼터 나무였지요. 나무는 잘라 나막신을 만들었고 나무껍질과 열매는 염색제로 쓰였답니다.
은수원사시나무 Suwon poplar 버드나무과
은백양과 수원사시나무를 교배하여 만든 새 나무입니다. 빠르고 곧게 자란다고 하여 한때 심기를 장려하였으나, 많이 쓰이던 나무젓가락 수요가 줄어들어 지금은 거의 심지 않습니다. 새하얀 껍질에 숨구멍이 마름모꼴인 것이 특징이죠. 은사시나무 혹은 현사시나무라고도 부릅니다.
엄나무(음나무) Aralia 두릅나무과
어릴 때는 험상궂은 가시가 나뭇가지마다 빈틈없이 돋아난 모습이 무시무시합니다. 초식동물이 새순을 따먹지 못하게 하려는 자구책이라는군요. 옛 사람들은 문설주 위에다 엄나무 가지를 가로로 걸쳐두고 귀신 쫓는 나무로도 사용했습니다. 나무가 엄하게 생겨서 엄나무가 되었다고 하며, ‘음나무’로 부르기도 합니다.
잣나무 Korean white pine 소나무과
우리나라 중부지방에서 만주, 연해주에 걸쳐 자라는 바늘잎나무입니다. 일본이나 중국 대륙에는 잣나무가 없습니다. 잣은 영양가 높은 보양식으로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옛날 당나라로 가는 신라 유학생들은 잣을 한 짐 메고 가 학비에 보탰다고 합니다. 나무는 붉은빛을 띠어 흔히 ‘홍송(紅松)’이라 부르며 재질이 좋아 기둥이나 고급 상자의 재료로 두루 쓰였습니다.
쥐똥나무 Border privet 물푸레나무과
익은 열매의 모습이나 크기가 쥐의 배설물과 비슷하다고 붙인 이름입니다. 하필이면 사람들이 싫어하는 쥐똥이냐고 이름을 바꾸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다행히 북한에서는 검정알나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붙여 두었습니다. 가지 뻗음이 왕성하여 아무리 잘라내어도 계속 공간을 메워 준답니다. 그래서 울타리 나무로는 제격이죠.
진달래 Korean rosebay 진달래과
‘나 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영변에 약산/진달래꽃/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진달래는 예로부터 이렇게 사랑을 노래할 때 단골로 등장한답니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양지바른 곳에 널리 자라는 아름다운 꽃나무죠. 삼월 삼짇날에는 찹쌀 부침개에다 진달래 꽃잎을 얹는 꽃전(花煎)을 붙여 먹는 멋스러운 풍습이 있었습니다.
팥배나무 Korean mountain ash 장미과
열매는 팥 같고 꽃은 배꽃을 닮았다 하여 팥배나무라고 한답니다. 5월에 새하얀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가을에는 그 자리에 수천수만 개의 팥알 크기 열매가 달립니다. 시큼털털한 맛이 나므로 사람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죠. 당연히 팥배나무 열매는 산새들의 잔칫상, 그들만의 독차지가 되지요
향나무 Chinese juniper 측백나무과
제사 지낼 때 향을 피우는 재료로 가장 널리 쓰이는 바늘잎나무입니다. 나무 자체에 향기가 있으므로 고급 조각, 가구, 불상, 목관 등의 재료로 예부터 널리 애용되었습니다. 서원이나 절에서 흔히 향나무를 만날 수 있으며 종묘에도 심겨있습니다. 속살이 붉은빛을 띤 보라색이라 옛 이름은 자단(紫檀)입니다.
황매화 Jew's mallow 장미과
줄기가 아래로 늘어지는 작은 나무입니다. 봄이 한창 무르익을 즈음 피우는 진한 노랑꽃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꽃 모양이 매화를 닮았으므로 황매화란 이름이 붙었죠. 가을이면 노란 단풍이 들고 겨울에도 초록빛 가지가 특별합니다. 꽃잎이 여러 장 겹쳐진 것은 죽단화라는 다른 이름으로 부릅니다.
회양목 Box tree 회양목과
손톱 크기 남짓한 작은 잎에다 사람 키 두 배 정도 자라는 자그마한 늘푸른나무입니다. 오늘날은 정원의 주위에 장식용으로 심는 경계나무일 뿐이지만, 옛날에는 나무 활자를 만들고 정교한 목판을 새기는 데에 쓰였습니다. 회양목은 우리의 찬란한 인쇄∨문화를 책임지던 영광스러운 역사를 가진 나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