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령왕릉관재의 재질과 연륜구조해석(백제논총, 5집, 96.12)
이 내용은 충북대 박원규 교수 및 문화재연구소 강애경박사와의 공동연구결과입니다. 표 및 그림은 생략되었으니 백제논총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수목은 그 생태적인 특성상 수종에 따라 한정된 지역에 만 분포하며, 선조들은 생활도구의 재료로서 광범위하게 이용되었으므로 발굴되는 유물의 상당한 부분이 목질유물이다. 따라서 출토 목질유물은 보잘 것 없는 토막나무에 불과하더라도 재질을 정밀조사 하므로서 선인들의 목재이용실태를 파악할 수 있고 국가간 혹은 지역간의 교역상태를 추정할 수도 있는 등 귀중한 고고학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
또 수목은 수백년 내지 수천년에 걸쳐 장기간 한곳에서 자라면서 1 년을 단위로 생육지역의 환경을 종합적으로 연륜속에 기록하고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생물체이다. 매년 형성되는 연륜의 좁고 넓음은 특히 기후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아서 그 시대만의 독특한 연륜변동페턴을 나타내므로 연륜구조해석에 의하여 목질유물의 연대, 당시의 고기후등를 추적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된다. 그러나 불행히도 지금까지는 수없이 발굴된 목질유물을 과학적으로 조사하여 수많은 고고학적인 정보을 얻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중요성을 간과하여온 것이 현실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무령왕릉은 1971년 7월 공주 송산리 고분군에서 처녀분으로서 108종 3000여종의 유물이 발견되어 백제사 연구의 큰획을 긋게 되었다. 발굴당시 다량으로 출토된 목관재는 치수의 측정과 제작형식에 만 주목하여 정작 중요한 재질의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20여년이 지난 1989년 여름 필자는 우연히 당시 중앙박물관 유물부장으로 재직하고 계시었든 이 건무 선생의 호의로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목관재의 엄지손가락만한 작은 목편을 입수하여 수종 식별을 한 결과 일본에만 분포하는 금송으로 만들어진 것을 알게되어 그 결과의 일부를 91년 10월에 개최된 무령왕릉 발굴 20주년 기념학술대회에 발표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무령왕릉 목관재의 중요성에 비추어 한정된 표본수집과 충분하지 못한 연구내용을 좀더 확인하여 완벽한 보고서를 내고 싶은 욕심을 갖고 있든중 다행히 백제문화개발연구원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 이번의 조사에서는 금송이외에 일본 특산수종으로 알려져 있는 삼나무가 추가로 식별되어 다시한번 무령왕릉 목관재의 생산지가 일본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자연과학을 전공하는 필자로서는 무령왕릉의 관재가 금송과 삼나무이고 한반도에는 분포하지 않은 일본 특산수종이므로 일본에서 가져왔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 이외에 고고학적인 의미를 부여할 위치에 있지 않다.
따라서 본 조사연구는 백제사연구에 너무나 귀중한 유물인 무령왕릉 출토 목관재에 대하여 목재과학적인 기법을 응용하여 재질을 조사하고 연륜구조를 해석하므로서 백제와 일본과의 관계를 구명하는 기초자료를 제시코저 하였다.
이 보고서의 내용은 1편에서 수종분석을 비롯한 재질특성에 관하여 논술하였다. 2편에서는 연륜구조해석에 의한 연륜변동페턴을 추적코저 하였다. 3편에서는 1편 및 2편의 결과를 종합하여 고찰 및 결론을 기술하였다.
그러나 2편의 연륜구조해석은 우리측 자료와 일본측의 동시대 금송년대기와 비교하여 가능하면 금송을 가져온 지점까지 추정할 예정이었으나 일본측의 협조를 얻는데 실패하여 우리측 자료을 제시하는 수준에서 마감하게 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제 1 편 무령왕릉 출토관재의 재질
무령왕릉출토관재의 재질은 본 연구자에 의하여 수종분석을 중심으로 단편적인 내용은 이미 보고 한 바 있다. 그러나 시편채취의 제한 때문에 무령왕릉관재 전체를 대상으로한 조사는 불가능하였든 바 이번에 국립공주박물관의 절대적인 협조와 백제문화개발원의 지원으로 상세한 재질조사를 할 수 있게 된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당초에 계획하였든 관재의 표면상태조사와 목취방향조사등은 유물에 다소의 손상이 불가피한 조사이나 유물손괴에 대한 관계당국의 허락을 얻지 못하여 만족할만한 결과를 낼 수 없었다.
1.1 연구방법
1.1.2. 재료
국립공주박물관에 보관중인 11편의 무령왕릉관재전부를 대상으로 소량의 표본을 채집하고 아울러서 관재편인지 혹은 부장물인지는 불명하나 관재와 함께 보관되어 있는 작은 부스러기도 함께 수집하였다. 발굴당시의 관재의 치수를 조사한 결과는 표1과 같으며 이번에 조사대상으로 한 관재의 치수는 표 2와 같다. 표 1과 표 2에서와 같이 관재의 치수가 일치하지않고 발굴당시에 부여한 관재번호와 현재 관재편에 붙어있는 번호도 일치하지 않는다. 이는 관재편에 따라 20여년 동안에 수축 및 변형이 일어난 경우도 있으며 실측과 보존처리가 동시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므로 번호의 착오도 생각할 수 있다.
현미경검사에 사용한 재료는 표 2의 각 관재에서 1-2점씩 채취하였으며 진열중인 관재는 자연박리되는 소편 및 작은 부스러기 목편(사진5)을 대상으로 하였다.
1.1.2. 실험방법
목관에서 자연박리 혹은 유물에 손상이 가지않는 범위의 소편(무게 20-30g)을 채집하여 50% 알콜에 보관하였다. 실체현미경으로 관찰하여 조사대상 위치를 선정한 후 목재의 3 단면을 관찰할 수 있는 입방체를 만들었다. 관재는 오랫동안 목재부후균의 침해를 받아 고유의 강도를 잃고 있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시편에 견고성을 부여하기 위하여 적당한 크기의 입방체(block)을 만들고 PEG 분자량 1500과 4000을 사용하여 간이포매하였다. 일시적으로 단단해진 블럭은 예리한 칼로 1개 이상의 연륜이 포함되는 구형립방체를 제작하였다. 입방체는 목재의 길이방향에 횡으로 절단한 횡단면, 연륜과 직각되게 절단한 방사단면, 연륜과 평행하도록 절단한 접선단면이 나타나도록 사방 1 cm, 길이 1.5 cm 정도로 제작하였다. PEG로 보강한 입방체는 절삭과정에 쉽게 부스러지므로 파라핀 및 파라프라스트(paraplast)처리로 다시 강고성을 보강하였다. 처리가 끝난 시편은 활주식마이크로톰(sliding microtome) 혹은 로타리 마이크로톰(rotary microtome)으로 두께 15-20?m 및 두께 1-3?m의 3단면 절편을 만들었다. 상용 목재염색제인 사프라닌, 훅신, 토루이딘블루(truidine blue)등의 염색제로 염색한 후 알콜 및 키실렌(xylen)에 의한 탈수 및 투화시킨 다음 카나다발삼(canada balsam)으로 고착하여 현미경관찰용 영구프레파라트를 만들었다. 광학현미경으로 목재를 구성하는 세포의 형태적 특성을 조사하고 주사형전자현미경에 의한 확인을 거친 다음 기 발표된 수종별 목재조직 특성을 비교 검토하여 해당수종을 확정하였다.
1.2 조사결과
1.2.1 수종분석
1.2.1.1 금송
무령왕과 왕비의 관재편으로 알려진 11편 및 대부분의 유물명이 불명한 소목편은 금송이었으며 그 목재조직학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다.
<횡단면>
횡단면(사진6, 7)에서 관찰되는 세포는 가도관과 방사조직의 두 종류로 이루어지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4-6각형의 가도관이 방사방향에 대단히 규칙적인 배열을 하고 있으며 방사조직은 가느다란 선처럼 가도관 사이를 방사상으로 달리고 있다. 만재는 연륜경계 부근의 수 세포에 불과한 경우가 많으며 세포벽이 얇은 조재에서 만재로의 이행이 점진적인 특징이 있다. 어느 관재편에서나 연륜폭의 변동이 크지않아 목재의 재질이 비교적 균일한 재를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소나무, 잣나무, 젓나무를 비롯한 소나무과의 수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지구와 낙우송과의 수종에서 볼 수 있는 축방향유세포가 어느 관재편에서도 분포하지 않았다.
<방사단면>
방사단면(사진8, 9)에서 관찰되는 세포의 종류는 역시 가도관과 방사조직 뿐이다. 조재가도관의 방사벽에는 주로 단열인 유연벽공이 분포하고 있으나 때때로 2열인 경우도 있다. 만재가도관의 방사벽에는 벽공의 수도 적고 벽공구가 선상인 경우도 많다. 조재가도관과 방사유세포가 만나는 직교분야(cross field)에는 이 수종 구분의 주요한 특징인 분야벽공이 형성되어있다. 분야벽공은 한 분야에 1-2개씩 마치 창문모양을 하고 있으므로 창상분야벽공(window-like cross field pit)이라 한다. 창상분야벽공이 분포하는 방사조직의 상하에는 방사가도관을 전혀 관찰할 수 없었다.
<접선단면>
접선단면(사진10,11)에서는 가도관의 길이 방향의 내부형태와 마치 염주를 꿰어놓은것 같은 방사유세포의 횡단형태를 관찰할 수 있다. 방사유세포는 한줄이며 높이는 5-6세포고 정도이다. 방사유세포와 비슷하게 보이나 그 형태가 훨씬 적은 염주모양은 유연벽공의 단면이다. 방사조직의 높이는 1-15세포고의 분포범위이나 대부분은 5-6세포고이다. 각 관재에서 채취한 시편의 평균연륜폭과 횡단면상에서 현미경적으로 측정한 가도관의 치수는 표 3과 같다.
표 3에서 처럼 관재의 평균연륜폭은 1mm전후로서 장령기의 대경목에서 관재판을 채취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가도관의 직경은 접선방향직경이 조만재간에 큰 차이가 없이 30-40?m정도이고 방사방향직경은 조재가 40-50?m, 만재가 20-25?m로서 조만재간에 차이가 크다. 벽후는 조재가 2-3?m, 만재가 3-5?m정도로서 현생 금송의 세포치수와 큰 차이가 없다.
이상과 같이 관재의 세포형태를 광학현미경 및 전자현미경으로 조사해 본 결과 이 수종의 가장 특징적인 조직은 창상분야벽공이다. 창상분야벽공은 소나무, 잣나무등의 소나무속 일부 수종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알려져있으나 이들 수종에는 수평 및 수직수지구가 반드시 분포하므로 관재수종과는 다름을 알 수 있다. 수평 및 수직수지구가 없으면서 창상분야벽공을 가지는 수종은 세계적으로 대단히 희귀하며 식물학적으로 알려져있는 수종은 금송속(Sciadopitys)를 비롯하여 Phyllocladus, Dacrydium, Podocarpus spicatus등이 있다. 이 중에서 Sciadopitys를 제외하면 우선 분포위치가 남반구이고 축방향유세포가 분포하는 등 다른 목재조직특성이 무령왕릉관재와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무령왕릉에서 채취한 관재판의 목재는 금송속(Sciodopitys)에 속하는 수종으로 결론지울 수 있으며, 이 속의 수종은 일본특산의 상록침엽교목으로서 세계적으로 1 과 1 속 1 종만으로 구성되는 금송(Sciodopitys verticillata)뿐이다6,12). 일본명은 高野 (こうやまき)이나 かうやまき, ほんまき, くさまき, かうやまつ, 高野坡, 神木 , 坡, 愼, 傘松, 傘從, 琪樹等의 異名이 많다.
분포는 일본의 붤蓴� 低緯度地方, 四國, 九州等의 주로 南部地方이다. 北限은 福島縣 河沼郡 野澤町 및 新瀉縣 東蒲原郡 東川村이고 南限은 宮崎縣이며 해발 600-1200m의 고지대의 강수량이 풍부하고 습도가 높은 곳에 자생하고 있다. 특히 高野山에서는 해발 800-1000m에 순림을 이루고 있다.
대체로 수고 30-40m, 직경 60-80cm가 보통이나 큰것은 수고 40m, 직경 150cm에 달하기도 하는 대경목이다. 목재는 변재가 백색 내지 황색에 가까우며 심재는 담황색 또는 담황갈색이다. 내후성, 내습성이 특히 강하고 강인하며 약간의 향기를 가지고 있어서 관재로서는 최고급재에 속한다. 일본의 근기지방에서 출토된 목관의 수종의 상당한 부분이 금송이라고 한다. 기타 목욕통, 선박등 내습성 및 내수성을 요구하는 곳에 쓰인다. 기건비중은 0.5정도이다.
1.2.1.2 삼나무(杉)
관재와 함께 보관되어 있던 위치불명의 작은 부스러기 목편(사진5)에서 단 1개의 표본이 삼나무(杉, 일본명 : 스기)였다.
<횡단면>
횡단면(사진14)에서 볼 수 있는 세포의 종류는 가도관, 방사조직, 축방향유세포의 3종류이며 전체적으로 세포배열이 매우 규칙적이다. 거의 대부분의 세포는 가도관으로서 조재에서 만재로의 이행은 약간 급한 편이며 만재폭은 좁고 연륜경계는 명확하다. 조재가도관이 정방형 혹은 장방형의 형태를 하고 있고 만재는 내강이 거의 관찰되지 않은 타원형으로서 방사방향 직경이 매우 작다. 가느다란 선모양으로 상하로 배열하는 세포는 방사조직이다. 횡단면에서 만재에 가까운 조재의 끝 부분에는 세포내강이 완전히 막혀 있는 작은 점모양의 세포는 축방향유세포로서 배열은 연륜을 따라 거의 접선방향으로 분포하고 있다.
<방사단면>
방사단면(사진15,16)에서는 횡단면과 마찬가지로 구성세포는 작은 이중원 모양의 벽공이 들어 있는 가도관, 좌우로 폭이 좁은 선으로 보이는 방사조직, 축방향유세포의 3종류이다. 그러나 축방향유세포는 부분적으로 분포하므로 이 사진상에서는 볼 수 없다.
조재가도관과 방사조직이 교차하는 부위속에는 분야벽공이 한 분야에 2개씩 들어있다. 이 분야벽공의 형태는 벽공구의 폭이 벽공연보다 훨씬 넓은 전형적인 삼나무형으로서 이 수종의 주요한 특징이다. 방사조직은 방사유세포만으로 구성된다. 조재가도관의 방사벽에는 유연벽공이 현저하며 대체로 1열로 배열한다.
<접선단면>
가도관, 방사조직, 축방향유세포를 볼 수 있다. 상하로 긴 선으로 보이는 부분이 가도관의 세포벽이며 약간씩 부풀어 보이는 부위는 방사단면에서 본 유연벽공의 종단면이다. 염주를 엮어놓은 듯한 부위가 방사조직이며 축방향유세포는 이 사진에서는 관찰되지 않는다. 방사조직은 단열이고 높이는 5-7열이하이다. 축방향유세포는 스트렌드상이며 말단벽은 거의 평활하다.
이상에서 본 특징을 종합해 보면 구성세포의 종류는 가도관, 방사조직(방사유세포), 축방향유세포이며 횡단면상에서 조만재의 이행은 약간 급한 편이나 만재폭은 매우 좁다. 축방향유세포가 현저하고 접선상배열을 하며 분야벽공은 전형적인 삼나무형이다. 이와같은 특징을 가진 수종은 낙우송과의 삼나무속(Cryptomeria), 넓은잎삼나무속(Cunninghamia) 등을 들수 있으나 목재조직특징으로 볼때 삼나무속의 수종이다. 따라서 이 표본은 삼나무(Cryptomeria japonica)라는 일본특산 수종으로 최종 검색할 수 있다.
1.2.1 관재의 부후상태
발굴 당시에 관재는 A급(옻칠이 거의 그대로 남아있어 표면의 부후가 심하지 않은 것), B급(옻칠이 거의 없어지고 표면의 부후가 심한 것), C급(옻칠은 완전히 없어지고 표면 및 내부 부후가 극심한 것), D급(원형구분이 불가능한 파편)으로 부후상태에 따라 구분하였다. A급은 수지에 의한 약간의 표면보강처리만 하여 자연건조하였고 B,C급은 PEG처리와 수지처리를 병행한 것으로, D급은 그대로 방치한 것으로 되어있고 당시로서는 최선의 방법으로 처리하였으나 오늘날의 기준에서 보면 보존처리는 대단히 미흡하였다.
현재의 관재상태는 당시에 조사한 자료가 없으므로 부후가 계속진행되었다고 단정할 수 는 없으나 가도관의 세포벽에 목재부후균의 침해흔적이 관찰된다.
세포벽 분해의 특징은 사진 12,13에서와 같이 세포내강에서 복합세포간층으로 향하면서 세포벽이 얇아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수침목재등의 다른 환경이나 수종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것 처럼 분해에 따른 형태변화로 보이는 점상의 물질은 관찰할 수 없고, 관재에서는 분해가 일어난 가도관벽에 생긴 V자로 파진 홈을 볼 수 있으며 이 형태는 모든 부분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국부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무령왕릉관재의 보존보관 문제에 대하여도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제 2 편 무령왕릉 출토관재의 연륜구조
1. 서론
수목의 생장이 생육지역의 환경 특히 기후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매년 형성되어지는 연륜의 좁고 넓은 패턴은 시대별로 독특하다. 일정지역에서 생육하고 있는 임목이나 출토목재에서 관찰되어지는 독특한 연륜의 패턴을 상호비교하는 연륜년대학적 기법을 응용하여 절대년대를 측정할 수 있는데, 동일 수종일 경우 이러한 작업은 더욱 정확히 수행될 수 있다.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관재가 일본남부 특산 수종인 금송로 확인됨에 따라 이 관재의 산지가 일본의 어느 지방인지는 이 왕릉의 성격을 구명하는데 극히 중요한 자료이다. 그런데 공교롭게 일본에서도 왕궁과 왕릉에서 수 많은 금송재가 출토되어 현재까지 A.D.186-A.D.741년까지의 연륜년대기가 금송을 기준으로 작성되어 있다.
본 조사연구에서는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관재의 연륜패턴을 이용하여 연륜년대기를 작성하여 목관재료의 동일 임목에서의 채취여부, 수령을 추정하고자 하였으며, 이 연대기를 일본에서 작성된 금송의 표준연륜년대기(연륜폭곡선)과 비교하고 그 유사성을 해석하여 채취지역과 채취년도를 추정하고저 시도하였다.
2.1. 재료 및 방법
2.1.1. 관찰 목관재
총 7 개의 관재판을 조사하였는데 표 4에 나타낸 바와 같이 관재고유번호(보존처리전과 후)가 상이하여 본 연구의 목적으로 MRW31부터 MRW38까지의 번호를 임의로 부여하였다. MRW33과 MRW34는 동일 목관재인데 단지 두 위치에서 연륜을 관찰하였기 때문에 서로 다른 시리즈번호를 부여하였다. MRW37과 MRW38은 연륜을 측정하지않고 크로스데이팅만 하였다.
2.1.2. 연륜패턴의 관찰과 크로스데이팅
관재판의 외형을 관찰하여 연륜이 노출된 면을 조사위치로 선정하였는데 그림 1에 나타낸 바와 같이 MRW33과 MRW34의 경우는 횡단면을 조사하였으며 나머지는 방사단면을 조사하였다.
연륜패턴의 관찰작업은 우선 골격도법(Skeleton Plot)에 의해 각 연륜의 좁은 정도를 막대그래프로 작성하였다(Fritts, 1976). 골격도 작성이 완료된 후 각 연륜의 폭을 입체현미경에 부착된 마이크로미터에 의해 약 0.5mm까지 측정하였다. 작성된 연륜폭시리즈를 상관관계를 이용하는 컴퓨터프로그램인 COFECHA패키지로 크로스데이팅을 시도하였다(Holmes 등, 1986).
2.1.3. 통계 분석 - 표준년대곡선 작성
각 관재편의 연륜폭시리즈의 표준화, 상호 상관관계(cross correelation), 평균 연대기 산출 및 그 통계적 특성들은 퍼스널컴퓨터를 이용하여 Tree-ring Library Program중 ARSTAN (Holmes,1990)으로 분석하였다.
1) 표준화(Standardization)
각 관재편의 연륜폭시리즈는 수목고유의 변이 또 임목 상호간 변이를 제거하기 위하여 표준화하였다. 표준화는 이러한 생물학적 생장 변이를 추정하는 곡선을 구하여 예측되는 연륜폭과 실제 연륜폭의 비례로써 지표(Index)를 계산하여 각 연륜계열별로 지표년대기(Index chronology)를 얻는 것을 말한다(방정식 1).
Wt
(방정식 1) It = ------
Yt
Yt : 예측되는 연도별 연륜폭
Wt : 관측된 연도별 연륜폭
It : 연도별 지표치
본 연구에서는 스프라인 곡선으로 표준화하였다.
2) 상호 상관관계 (Cross-Correlation)
인접한 장소에서 생육하는 임목생장간에도 유전적 및 미소환경 차이에 기인하여 개체간 연륜시리즈가 어느 정도 차이가 있으며 동일 임목내에서도 채취방향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 이러한 개체간, 개체내 변이의 크기는 연륜연구에서는 보통 분산분석 또는 상호상관분석에 의해 분석할 수 있다(Fritts, 1976). 본 연구에서는 단순상관계수와 t검정을 이용하였다.
3) 평균연륜연대기 산출 및 그 통계적 평가
표준화된 각 연륜시리즈의 평균을 구하여 최종 평균연대기를 산출한다. 기초통계치로 평균값, 표준편차등을 조사하고자 하며 연대기의 변동성(fluctuation)을 조사하기 위하여 평균민감도, 자기상관관계계수등을 조사하였다.
a. 평균민감도 (Mean Sensitivity)
평균민감도란 한 연대계열에서 연속된 2년간의 변이의 크기, 즉 고주파 변동을 측정하기 위해 연륜년대학자인 Fritts(1976)에 의해 고안된 통계인자로 아래의 식으로 표시된다.
1 n-1| 2(Xt+1-Xt) |
M Sx = -- ? -----------
n-1 t=1| Xt+1+Xt |
Xt : (t)연의 연륜폭
Xt+1 : (t+1)연의 연륜폭
b. 자기상관 (Autocorrelation)
자기상관은 한 시계열(즉, 한 연륜연대기)내의 지속성을 측정하는 통계인자로 이는 연륜시리즈내의 저주파의 크기를 나타내는 것이다.
2.3. 연구결과
횡단면을 관찰한 MRW33과 MRW34의 경우에 118개와 104개의 연륜을 측정하여 가장 많은 연륜을 측정할 수 있었으며 나머지의 경우는 35개내지 61개의 연륜을 관찰할 수 있었다(표 5). 옻칠 때문에 연륜측정이 불가능한 부분들은 연륜생장 추세를 이용하여 추정하였는데, MRW33과 MRW34의 경우 300여개로 추정되고 나머지 관재판에서는 10개-15개로 추정되었다. 연륜주행 방향을 관찰한 결과(그림 1)와 연륜생장 추세를 감안하여 추정해 보면 각 관재판을 채취한 원목의 수령은 350연에서 600연경 까지로 생각된다.
표 6에 각 관재편의 연륜폭을 기재하였으며 이 자료를 그림 2-7에 도시하였다. 그림 4에 나타낸 MRW33의 연륜곡선을 보면 연륜번호 25에서 55까지 연륜폭이 0.25mm정도로 피압된 상태에서 생육된 것으로 생각된다. 각 관재편의 연륜폭 측정치들의 통계처리결과는 표4에 나타내었다. 평균연륜폭은 0.547mm에서 0.786mm 범위에 있으며 대부분 1mm이하로 매우 좁은 연륜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는 관재의 수종인 금송의 재질이 치밀하여 고급질의 관재로 사용되었던 이유중 하나로 생각된다.
한편 동일한 임목에서 채취된 연륜시리즈라면 그림 4와 5에 나타낸 바와 같이 거의 동일한 연륜폭변동페턴을 나타내는 데 비하여 그림 2,3 및 그림 6,7에 나타난 연륜폭 변동 양태는 서로 같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들 관재판들은 서로 다른 임목에서 채취된 것으로 판단된다.
연륜폭시리즈의 통계분석결과는 표 7에 나타내었다. 연륜폭시리즈의 평균민감도와 표준편차의 범위가 각각 0.132-0.238, 0.111-0.372로 다소 낮은 편이었으나 연륜폭 변동이 크로스데이팅의 가능성을 일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제1차 자기상관계수는 33(34)과 31의 경우는 0.80이상으로 컸으며 나머지의 것은 0.50이하로 낮아 일정한 경향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는 이번의 연륜구조조사에서는 주로 크로스데이팅의 가능성을 검토한 때문으로 생각된다.
표준화된 지수시리즈의 통계분석 결과는 표 8에 나타내었다. 평균민감도, 표준편차, 자기상관계수등이 연륜폭시리즈의 경우와 유사하였는 데 이는 관재판에 사용된 목재가 임목의 유령시에 형성된 수간의 안쪽부분이 사용되지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내준다.
크로스데이팅을 위한 COFECHA 분석의 결과는 표 9에 요약하였다. MRW35의 경우는 크로스데이팅이 불가능하였으며 MRW33과 MRW32의 경우는 t값이 1.9로 정확한 크로스데이팅이 된 것으로 간주할 수 없었다. MRW33과 MRW36 관재판들은 103번 연륜과 57연륜에, MRW33과 MRW31 관재판의 경우는 41번 연륜과 50번 연륜에, MRW32와 MRW36 관재판은 56번 연륜과 57번 연륜에, 그리고 MRW32와 MRW31 관재판은 56번 연륜과 50번 연륜에 각각 크로스데이팅될 수 있었다. 따라서 130여년의 마스터 연대기를 추출 할 수 있었다.
그림 8에 관재판의 골격도를 나타냈는데 상호 크로스데이팅이 만족스럽게 이루어 지지는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온대림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이 경우 골격도로서 크로스데이팅이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통계적 방법과 연륜곡선비교방법이 우리나라와 일본등 동아시아 지역의 연륜데이팅에 유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제 3 편 고찰 및 결론
3.1 고찰
백제 무령왕릉관재는 대부분 금송임이 이번 조사에서 다시 한번 확인되었으며 특기사항은 관재편과 함께 보관되고 있었던 작은 목편에서 삼나무가 검출된 것이다. 무령왕릉발굴조사보고서(문화공보부 문화재관리국, 1971년 발간) 16쪽에는 무령왕릉관재의 관뚜껑의 재질이 밤나무라고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본 조사에서 무령왕릉전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단 한 건도 밤나무가 검출되지는 않았다. 이는 발굴당시의 비전문가의 육안관찰결과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송은 식물학적으로 낙우송과 금송속에 속한다. 고대에는 지구상에 널리 분포하였으며 유럽의 제 3 기층에는 갈탄의 주림목이었고 홍적세에 이르러서는 거의 절멸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일본에서만은 선신세와 홍적세에서 구과나 종자, 잎의 화석이 발견되므로 이 보다 훨씬 이전부터 분포하였던 금송이 확실한 요인은 알려져 있지않으나 지구상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살아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이 속의 수종이 일본 이외에는 자연분포지역이 알려져 있지 않은 일본 특산 수종이다.
금송의 분포지역이 일본이며 특히 재질이 우수하고 내수성이 강하므로 근기지방을 비롯한 일본남부에서 출토되는 목관재를 비롯하여 중존사금색당의 비담간 및 내옥의 목와재등 건축재로서도 사용된 예가 보고되고 있을 만큼 일본에서는 귀중재로 알려져있다. 우선 무령왕릉 관재로서 이 수종을 사용한 이유에 대하여는 본 연구의 범위를 벗어나므로 논외로 하고 중요한 것은 왕릉의 축조당시에 금송의 한반도 분포유무가 당시의 백제-일본과의 교역관계를 구명하는 귀중한 자료가 될것으로 생각한다. 이는 다음 몇가지 점에서 그 가능성 유무를 검토 해 볼 수 있다.
첫째는 표1에서 처럼 지금 남아있는 관재의 재적만도 0.421m3, 없어진 관재편까지 고려한다면 적어도 수십개에 달하는 1-2m3의 판자가 소요되었을 것이다. 관재판을 수십개씩 제작하기 위하여는 수 많은 임목중에서 곧고 잘자란 큰 나무를 선택해 벌채하였을 것이며 적어도 금송이 상당히 넓은 면적에 걸쳐 산림을 구성하고 있지 않았다면 불가능하다. 이와같이 넓은 면적에 걸쳐 산림을 구성하는 대경목의 교목이 1500여년 사이에 빙하기와 같은 극단적인 기후 변동없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두번째는 화분조사에서 한반도에 금송이 분포하였다는 기록은 보고되고 있지않다. 화분은 수천년 동안 썩지 않고 보존되므로 고식생을 추정하는 수단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러나 무령왕릉이 축조되든 시기에 금송의 화분이 발견되었다는 보고는 접하고 있지못하다.
세번째는 수형이 아름다워 조경수로서도 매우 적합한 금송이 삼국사기, 삼국유사, 동국통감등에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만약 당시에 이 수종이 한반도에 널리 분포하였다면 아름다운 수형을 가진 금송이 조경수로서 전혀 기록에 남지 않을 수는 없다.
이상과 같이 무령왕이 붕어한 A.D. 523년경에 금송이 한반도에 광범위하게 분포하였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으므로 무령왕릉 관재에 사용한 금송은 일본으로 부터 수입한 것으로 추정할 수 밖에 없다. 낙랑고분, 다호리 가야고분, 동래 복천동고분, 황남대총, 경산 임당고분등 분묘의 축조년대가 무령왕릉보다 더 앞선 고분의 관재가 주목, 상수리나무, 느티나무등인 점에 비추어 볼때 관재로 쓸 수 있는 우량 국산수종이 상당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일본에서 금송을 가져다 쓴것은 백제-일본의 외교사에 주요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유물의 종류는 알 수 없었으나 관재와 함께 보관된 목편에서 삼나무가 검출되었다. 삼나무는 금송과 마찬가지로 일본특산 수종으로서 일본에서는 건축재, 목선재등 널리 사용되었던 수종이며 편백과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수종의 하나이다. 삼나무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남부지방 조림을 위하여 일정때 도입되었다. 따라서 무령왕릉이 축조될 당시에는 한반도에 삼나무가 분포하지 않았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서의 기록에 흔히 삼송으로 표기된 나무를 만날 수 있는데 이것은 여기서 말하는 삼나무(Crptomeria japonica)가 아니고 젓나무(종목, 사송으로도 기록됨, Picea holophylla)이다. 일부에서 단순히 한자의 글자만으로 삼나무 한반도에도 널리 분포하였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으로 본다.
연륜구조해석에 사용한 재료는 제한된 수량의 목관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령왕릉 목관재를 이용한 연륜연대기의 작성은 가능하였다. 작성된 연대기는 일본측과 협조하여 좀더 구체적인 자료를 수집하고 목관재의 채취지역과 정확한 채취년도를 추정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연륜패턴과의 비교가 절대로 필요하다. 비교 대상이 될 연륜 패턴은 일본 나라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작성한 연대기들로 1) 나라시 평성궁적의 출토품중에서 금송재로 부터 작성된 AD 186-741연까지 556년간의 연대기, 2) 나라시사조고분의 출토품중에서 금송재로부터 작성된 AD 286-695연까지의 연대기, 3) 대판시 경총고분의 금송관재에서 작성된 연대기, 4) 평성궁의 출토품(편백과 삼나무)에서 작성된 BC.37-A.D. 838연의 연대기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나라시 평성궁적에서 출토된 금송의 연대기가 작성된 기간은 무령왕릉의 금송재의 수령이 350-600연이므로 왕이 붕어한 AD 553연경를 벌채년으로 가정한다면 시기적으로 거의 동연대에 속하게 된다.
이러한 비교작업을 위하여 연구자는 나라국립문화재연구소에 수차례에 걸친 서신과 현지방문에 의한 접촉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였으나 전혀 협조을 얻을수 없었다. 우리측 금송연대기에 대한 일본측의 금송년대기와의 비교를 기피하는 이유에 대하여 연구자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렵고 대단히 유감스러우나 다음 기회로 미루는 방법밖에 없다. 부득히 본 연구에서는 우리측 자료를 제시하는 수준으로 마감하고 차후 일본측의 자료가 입수되었을 때 다시 한 번 검토할 기회를 갖고저 한다.
3.2 결론
1. 무령왕릉의 관재의 왕관뚜껑, 왕비관, 왕비관신의 대부분의 관재판에서 일본에만 분포하는 금송이 검출되었으며 관재와 함께 보관되었든 소목편에서도 역시 일본특산 수종인 삼나무가 검출되었다. 따라서 무령왕릉관재는 일본에서 가져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 연륜의 폭이 대부분 0.5-1mm이하로 매우 치밀한 양질의 목재가 목관재로 사용되었으며 유령시에 형성되어 재질이 낮은 임목의 안쪽 부분 목재는 사용하지 않았다.
3. 크로스데이팅(cross dating)용으로 조사된 7개의 관재판은 모두 서로 다른 임목에서 채취되었다. 따라서 적어도 수령은 350년 내지 600여년, 직경은 130cm 이상에 달하는 거대목을 수십본 벌채하여 사용한 것으로 추정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