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선은 침몰할 수 있다
<역사산책 91년 9월호>
임진왜란의 참화를 접하면서 가슴이 후련해 한 대목은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에 의한 승전보일 것이다. 그러나 거북선의 실체에 관한 명확한 기록이나 실물을 갖지 못한 것을 우리 모두 아쉬워하고 있다. 최근 해군당국에 의하여 거북선의 인양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그 결과에 전국민이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다. 이에 반하여 일부학자들 간에는 거북선의 인양가능성은 고사하고 과연 거북선이 바다 속에 침몰해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임진왜란 당시의 거북선은 수 척에 불과 하였고 대부분의 전투함은 판옥선이었으므로 거북선을 인양하기는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만큼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판옥선을 인양하면 구조가 비슷한 거북선을 충분히 복원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목재라는 재료의 특성을 전문적인 측면에서 검토해보고 거북선의 수종, 침몰가능성 여부, 침몰예상조건 등에 관하여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거북선은 무슨 나무를 사용하였는가?
조선시대의 병선에 관한 기록과 당시의 삼림구성을 추정해볼 때 거북선의 재질은 대부분 소나무를 사용하였을 것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다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로 거북선의 재질이 모두 소나무였다고는 볼 수 없다.
우선 역사적 사실에서부터 검토해보자. 조선초기부터 주창되어온 송목금벌령은 공공건물의 건축재를 확보하기 위한 방편도 있었으나, 그 보다는 병선의 원료를 확보하려는 의미가 더 컸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강력한 소나무 보호 시책에도 불구하고<세조실록>에는 병선의 수명은 5∼8년에 불과하다 하였으므로 소나무의 수요는 조선 중엽에 오면서 급격히 증가하였을 것이다.
임진왜란이 발발하여 목재 수요가 급증하였을 때 과연 문헌에 기록된 수백 척의 병선에 모두 소나무를 사용했을 만큼 자원이 풍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전함의 특성상 소나무보다 재질이 훨씬 단단한 수종이 외판의 일부, 선수부 등에 부분적으로 사용되었을 가능성도 크다.
예상되는 수종으로는 비자나무, 녹나무, 생달나무, 상수리나무, 졸참나무, 팽나무, 느티나무, 등이며, 대체로 침엽수인 비자나무 이외에는 전건비중이 0.7∼0.8에 달하여 소나무보다는 훨씬 단단하다. 필자의 추정으로는 이중에서 녹나무류, 팽나무, 느티나무등을 지목하고 싶다.
거북선은 가라앉는다?
거북선의 재질이 소나무였든 다른 잡목이 섞였든 바닷물에 떠 있는 나무는 모두 가라앉으며, 특히 후자의 경우는 더 빨리 더 쉽게 가라앉는다. 설명을 위하여 나무의 조직과 물의 관계부터 알아보자.
나무의 횡단면을 잘라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해보면 마치 벌집을 연상할 만큼 공간이 많고, 진짜 나무부분(세포벽)은 얼마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비중0.5인 소나무의 공간이 차지하는 비율이 67%, 세포벽이 차지하는 비율은 33%에 지나지 않는다. 나무가 물 속에 들어가면 우선 세포벽이 물로 포화되고 이어서 공간 속으로 물이 스며들어간다.
목재세포벽만의 비중은 1.5로서 바닷물의 비중 1.03보다는 훨씬 높다. 따라서 일정한 크기의 소나무가 물로써 완전히 포화되었다면 비중이 1.03인 바닷물이 67%, 비중이 1.5인 세포벽 부분이 33%인 셈이 되고 바닷물의 비중을 넘어서게 되어 가라앉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완전 포화되기 훨씬 이전에 가라앉는다. 즉 비중이란 무게를 체적으로 나눈값 인데, 나무가 흡습 함에 따라 무게와 체적은 모두 증가하나 체적증가는 거의 무시 할 정도이고 무게만 증가가 계속되므로 비중은 차츰 증가한다. 어느 시점에 바닷물의 비중을 넘어서게 되고 그 순간에 나무는 가라앉는다. 이때의 나무의 함수율 을 침몰최소함수율이라 하는데, 예를 들어 비중 0.5인 소나무 목재의 최소함수율은 약 110%정도이다. 또 거북선이 비중 0.7∼0.8인 녹나무류등의 다른 잡목이라면 약 50∼60%에서 최소함수율이 되어 가라앉는다.
그런데 거북선의 외판 표면에 방수처리를 하였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바다에 떠있는 거북선의 침수부분은 적어도 항상 최소함수율 이상의 상태에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거북선은 왜선과의 전투에서 반파 내지 전파의 어느 경우에도 바로 물 속에 가라앉게 마련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합판, 제재, 가구공장 등의 목재관련공장에서 바닷물에 저목 중인 나무가 가라앉아서 없어져 버리는 경우를 흔히 목격할 수 있는 것으로도 증명된다.
거북선은 어떤 곳에 침몰해 있을까?
거북선이 어느 위치에 침몰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조건을 갖춘 곳에 있을지는 다음과 같이 추정해 볼 수 있다.
최근 우리는 침몰선박 인양에 있어서는 신안 앞바다의 송·원대 무역선과 완도 어두리 앞바다 고려 초기 화물운반선의 귀중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 두 침몰선은 첫째 , 선체편이 먼저 발견된 것이 아니라 유물이 먼저 발견되어 유물인양과정에서 선체편이 인양된 점과 둘째, 점토층에 묻힌 선체부분만이 보존되어 있었고 바다에 노출된 부분은 모두 없어져버린 공통점이 있었다.
목선이 침몰하려면 천공충, 바다나무좀등 나무를 먹어치우는 바다동물에 의하여 급속한 침해를 받는다. 그러므로 침몰 후 바로 진흙 속에 묻힐 수 있는 조건이 아니면 수년 내에 선체는 흔적도 없어진다. 묻히는 정도가 깊을수록 보존상태는 좋으며, 얕게 묻혔을 경우는 해양균류의 침해를 받으나 바다동물보다는 파괴속도가 훨씬 늦다.
따라서 거북선의 침몰장소는 기록에 나와 있는 몇 개의 격전지 중 진흙층이 발달하고 조수의 흐름이 빨라 쉽게 묻힐 수 있는 지역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우선 바닷물 속에서 나무보다는 비교적 보존성이 있는 병기, 승조원의 생활용품(토기등)과 그 부근의 진흙층을 중심으로 탐사한다면 우리 국민모두가 열망하고 있는 거북선의 모습을 볼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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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선<인양>놓고 과학논쟁-침몰여부가 촛점 <중앙일보 90.10.9>
거북선의 인양가능성을 둘러싼 학계의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경북대 박상진교수(목재조직학)는 월간 <역사산책>10월호에 <거북선은 침몰할 수 있다>는 기고를 통해 목선도 바다속에 가라앉을 수 있다는 주장을 제시했다.
이는 월간 <역사산책>9월호에 게재되었던 남천우씨(전 서울대교수,물리학)의 <목선은 격파되도 침몰되지 않는다>라는 글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어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우선 남씨는 거북선이 나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바다속으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없다는 논리를 폈다. 그에 따르면 거북선에 사용된 송판의 비중은 약 0.5로 바닷물(1.03)에 절반도 미치지 않아 격파돼도 침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거북선의 배수량을 65톤이상의 추가적인 짐무게가 있어야 침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거북선에 4밀리미터두께의 철갑을 두르더라도 10톤이 추가될 뿐이고 화포류와 탑승정원 8명의무게도 3톤정도이므로 전체 짐무게는 13톤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씨는 <바다밑에 거북선은 없으며 따라서 인양작업 자체가 무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반해 박교수는 바닷물에 떠있는 나무는 모두 가라앉는다고 반박한다. 나무의 횡단면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해보면 진짜 나무부분(세포벽)은 얼마되지 않는대신 마치 벌집처럼 공간이 많다고한다. 특히 비중0.5인 소나무의 공간이 차지하는 비율은 67%,세포벽이 차지하는 비율은 33%라고 한다.
그런데 나무가 물속에 들어가면 우선 세포벽이 물로 포화되고 이어서 공간속으로 물이 스며들어 간다고 한다. 목재세포벽만의 비중은 1.5로 바닷물 1.03보다 높다. 따라서 물에 완전포화된 소나무의 67%는 바닷물로,나머지 33%는 비중 1.5인세포벽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때 총비중은 1.19로 결국소나무는 바닷물에 가라앉게 된다.
박교수는 거북선의 표면에 방수처리가 되었다고는 보지 않기 때문에 거북선의 침수부분은 항상 바닷물의 비중을 넘어서 있는 상태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왜선과의 전투에서 거북선이 반파만 당했어도 곧 물속으로 가라앉는다는 것이다.
끝으로 박교수는 거북선의 침몰장소와 관련,<기록에 나와 있는몇개의 격전지중 조류의 흐름이 빠르고 진흙층이 발달해 배가 쉽게 묻힐 수 있는 곳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거북선은 가라앉았다.<스포츠서울 90.11.7.19면>
경북대 박상진 교수, 서울대 남천우교수 주장 반박
'거북선이 바다 밑에 가라앉았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
목재의 비중은 바닷물의 비중 1.03보다 훨씬 낮은 0.5에 불과해 65t이상의 하중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거북선은 가라앉지 않았을 것이라는 남천우씨(전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의 주장을 반박하는 또 다른 주장이 나왔다.
경북대 박상진교수(목재조직학)는 '역사산책' 10월 호에서 나무는 "세포벽 33%와 67%의 공간으로 구성돼 비중이 1.5인 세포벽과 공간이 바닷물로 포화상태가 되면 전체 비중은 바닷물의 비중을 넘게돼 가라앉는다"고 주장했다.
박교수는 또 '세조실록'등의 사료를 들어 당시엔 소나무가 충분치 못해 소나무보다 비중이 큰 나무들을 일부 사용했을 가능성이 많아 거북선 자체의 비중은 더 커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물의 완전 포화 이전에도 나무는 가라앉을 수 있다고 전제하고 "소나무가 물에 가라앉은 최소함수율은 110%로 거북선의 물 속 부분은 항상 최소함수율 이상에 있었기 때문에 전파(全破)가 아니라 반파가 됐더라도 바로 가라앉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교수는 이런 사실은 목재관련 공장 등에서 바닷물에 띄워 놓은 나무가 가라앉아 없어지는 경우가 목격되는 것으로 증명된다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당시의 격전지중 진흙층이 발달하고 조류가 빨라 침몰되면 묻히기 쉬운 지역을 집중탐사하면 거북선의 잔해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게 그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남천우씨는 "반박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최용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