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삼나무로 만든 백제 목간
연합통신 99.11.11
(서울=연합뉴스) 김태식기자 = 목재조직학자인 경북대 박상진 교수가 일본산 삼나무로 만들었음을 밝혀낸 부여 궁남지터 출토 백제 목간은 역사학자들에게 밀접했던 고대 백제-왜(倭) 관계사에 새로운 의문부호 하나를 더해 주고 있다.
백제인이 남긴 목재 유물 중 일본에서만 서식하는 나무로 만든 것이 궁남지 출토 목간 하나에 그친다면 목재조직 분석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거나 백제가 왜에서 들여온 물품 중 하나라고 간단히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일본특산 목재로 만든 백제 유물이 비단 이것 뿐만 아니라 더 있다는 점에서 이런 유물들이 과연 한일 고대 관계에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역사학자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71년 배수로 공사중 실로 우연찮게 발견된 백제 제25대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나무 관(棺)도 역시 일본특산인 금송과 삼나무라는 것이 밝혀진 바 있다.
이런 사실에 대해 흔히 학계에서는 "고대 한일 관계가 밀접했음을 알려주는 증거"라고만 막연히 설명한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 밀접한 관계가 도대체 무엇이며 더구나 왜 하필 왕의 관을 만드는데 구하기도, 수송도 쉬운 국내산을 팽개친 채 일본 열도에서 수령 600년 가량이나 되는 거목을 베어다 써야만 했는지 명쾌한 설명을 해주지 못하고있다.
무령왕릉을 둘러싼 이런 수수께끼가 여전히 풀리지 않는 가운데 지난 95년 백제 궁남지 유적에서 출토된 목간(木簡) 또한 고대 한반도에서는 자생하지 않았던 일본특산 삼나무로 만든 것임이 드러났다.
이 목간이 어떤 것인지는 마침 국립중앙박물관이 `백제'라는 주제로 개최 중인 특별전을 위해 만든 도록 159쪽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궁남지는 백제말기인 634년 왕궁의 남쪽 별궁(別宮)에 만든 사비도성의 궁원(宮苑) 유적. 그런데 이곳에서는 발굴결과 백제시대 논과 도랑의 흔적을 비롯한 각종유물 속에 문제의 목간이 섞여 있었다.
남아있는 백제 기록이 엉성한 가운데 비록 수십글자에 지나지 않으나 이 목간은 백제인이 남겼고 더구나 「삼국사기」같은 후대의 문헌자료가 전하지 않고 있는 귀중한 백제의 모습을 전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더없이 귀중한 사료로 평가된다 .
앞면과 뒷면에 모두 묵글씨가 적힌 이 목간에는 논을 뜻하기 위해 한국인이 만든 한자인 답(沓)자가 이미 등장하고 있고 더구나 수도 사비의 구조와 민(民)의 편제방식 등이 잘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판독된 이 목간 글자는 다음과 같으나 아직까지 완전한 해독이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앞면)西部後港巳達巳依活○○後部歸人中口四下部二邁羅城法利源沓五形 (뒷면)西部中口二』(○은 판독 불가능한 글자)
이도학 한양대 강사는 지난해 출판한 「새로 쓰는 백제사」(푸른역사)에서 이 목간을 완역하지 않고 그 대강의 뜻이 "사비도성의 주민이 호남평야지역에 논을 소유하였고 또 개간한 사실을 전하고 있는 바, 중앙세력과 지방과의 관계랄까 존재양식을 시사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평가하고 있다.
어떻든 무령왕릉 관재는 그렇다 치고 왜 백제는 목간 재료까지 일본에서 들여왔을까 하는 문제를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taeshik@yonhapnews.co.kr
"부여 궁남지 목간(木簡)은 일본산"
연합통신 99.11.11
(서울=연합뉴스) 김태식기자 = 지난 95년 백제말기 수도였던 부여 궁남지(宮南池) 터에서 발굴된 백제 목간 중 하나가 일본특산인 삼나무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지난 71년 발굴된 백제 제25대 무령왕릉 출토 관(棺)의 재목이 역시 일본에만 자라는 금송(金松)과 삼나무라는 것이 밝혀진 이후 현재 생각하는 것보다 백제와 고대 일본의 관계가 밀접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로 평가된다.
또한 지난 92∼94년 경남 함안 성산산성에서 27개나 무더기로 나온 신라 중고시대 목간은 대부분이 소나무로 만들었으며 이가운데 일부는 밤나무도 섞여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사실은 목재조직학자인 경북대 산림자원과 박상진 교수가 12일 국립창원문화재연구소와 한국고대사학회(회장 주보돈)가 성산산성 목간 출토를 기념하는 학술대회 발표를 앞두고 이들 두 지역 목간에 대한 재질 분석을 한 결과 드러났다 .
박 교수는 목재조직 분석결과 궁남지 출토 목간 2개 중 1개는 재질이 한국과 일본에 흔한 소나무인 반면 나머지 한개는 일본특산인 삼나무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출토된 삼국시대 목간 116점 중 일본산 목재가 확인된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교수에 따르면 삼나무는 편백과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일본특산 수종으로 건축재,목선재 등으로 널리 사용되었으며 한국에는 일제강점기에야 조림목적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백제시대 한반도에 자생하지 않았다.
박 교수는 지난 95년과 97년에는 각각 무령왕릉 관재가 일본산 금송과 삼나무라는 사실을 밝혀낸데 이어 최근에는 고려대장경 목판 대부분이 산벚나무임을 확인한 한국 고대 목재조직학의 최고 권위자로 통하고 있다.
아울러 박 교수는 성산산성 출토 목간 27개에 대해서도 조직분석을 실시해 89%인 24점이 소나무로 만들어졌으며 나머지 3점 가운데 2개는 밤나무,1점은 대극과의 어느 수종에 해당됨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들 성산산성 목간은 목재조직 세포를 관찰한 결과 소나무 등의 기둥줄기보다는 나뭇가지를 적당한 길이로 잘라 칼로 쪼갠 다음 낫이나 자귀 같은 간단한 기구로 조잡하게 가공, 대량으로 만들어 분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따라서 소나무 목간 소지자는 신분이 그리 높지 않은 계층일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소나무에 비해 가공도 어렵고 보존성도 좋으며 귀한 나무로 여겨졌음을 고려할 때 밤나무 목간 소유자는 신분이 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목간이란 종이가 귀하던 고대에 종이 대신 나무를 다듬어 글자를 새긴 것으로 궁남지 터에서는 지난 95년 당시 백제 수도인 사비성의 구조와 민(民)의 편제 방식등을 알려주는 귀중한 목간 2점이 출토된 바 있다. taeshik@yonhapnews.co.kr
성산산성 신라 목간 학술대회
연합통신 99.11.12
(서울=연합뉴스) 김태식기자 = 지난 91∼94년 경남 함안 성산산성(城山山城.사적 67호)에서 27점이 무더기로 출토된 신라 목간의 성격과 의미를 짚어보는 국제학술대회가 12일 국립창원문화재연구소에서 열렸다.
한국고대사학회(회장 주보돈)와 창원문화재연구소(소장 신창수)가 공동주최한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한.중.일 3개국 학자들이 각국 목간 출토 상황 및 연구실태를 소개하고 성산산성 목간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경북대 주보돈 교수와 이성시 일본 와세다대 교수, 히라카와 미나미(平川南) 일본국립민속박물관 교수는 이 목간이 제작된 시기가 신라가 아라가야를 멸망시킨 때에서 그리 멀지 않은 6세기 중후반경(서기 550∼600년)이라는데 대체로 일치했다.
그러나 이 목간의 용도에 대해서는 두 나라 학자가 완전히 견해를 달리했다.
즉 주 교수가 이들 목간이 신라가 아라가야를 멸망시키고 이곳에다 성산산성을 쌓으면서 다른 지역주민을 이용했다는 증거로 본 반면 다른 두 교수는 일본에서 출토된 목간 연구결과를 볼 때 이들 목간은 신분증이 아니라 물품표라고 주장했다.
주 교수의 주장이 대체로 한국학계의 통설이라는 점에 비춰 20만점 이상이 출토된 일본 목간 연구를 바탕으로 한 이들 일본학계의 주장이 오히려 더 호소력이 있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끌었다.
이와함께 이날 학술대회는 한국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목간연구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자리라는 데서도 의미를 가졌다.
한국에서는 지난 75년 경주 안압지에서 통일신라시대 목간 50여점이 한꺼번에 출토된 뒤 성산산성까지 모두 140점 가량의 목간이 나왔으나 일본에서는 20만점 이상을 헤아리고 있고 중국의 경우 지난 96년 발굴이 시작된 호남성 창사(長沙)에서만 삼국시기 오나라 목간 10만여매가 출토됐다.
특히 중국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 셰구이화(謝桂華) 교수는 중국의 목간 연구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창사 지역 목간을 중심으로 한국학계에 처음 소개했다.
이날 학술대회 대미는 특별발표를 맡은 목재조직학자인 경북대 박상진 교수가장식했다.
그는 함안성산 산성 목간에 대한 목재분석을 통해 27점 중 24개가 소나무라는 사실과 함께 부여 궁남지에서 출토된 백제목간이 일본특산인 삼나무로 만들었음을 규명해 냈다고 발표했다. taeshik@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