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목조 비로자나불의 재질과 제작연대 분석
경북대학교 임산공학과 교수 박상진
해인사 대장경판 보관 건물인 법보전에는 시도유형문화재(경남) 41호로 지정된 ‘해인사 법보전 비로자나불좌상’이 안치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조선 초 불상으로 알려져 오다가 최근 서기 883년에 제작되었다는 명문이 발견되어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신라불상으로 밝혀졌다. 또 지금까지 해인사 대적광전에 봉안되어 오던 ‘대적광전 비로자나불’이 크기나 전체적인 모습이 법보전 비로자나불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쌍둥이 불상임이 같이 알려지게 되었다. 양 불상은 모두 재질이 나무이므로 필자는 목조불상의 재질을 분석하여 차후의 보존을 위한 기초 자료로 삼고, 탄소연대측정을 하여 제작연대에 관련된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코자 하였다.
1. 불상의 재질분석
1.1 실험방법
그림1,2와 같이 법보전 비로자나불 복장에서 3곳, 대적광전 비로자나불에서 4곳을 선정하여 1~5g의 표본을 채집하였다. 실체현미경으로 표본을 관찰하여 목재의 3 단면을 관찰할 수 있는 작은 입방체를 만들었다. 입방체를 증류수로 삶아 연화(軟化)시키고 길이방향에 횡으로 절단한 횡단면, 나이테와 직각되게 절단한 방사단면, 나이테와 평행하도록 절단한 접선단면이 나타나도록 트리밍 하였다. 처리가 끝난 시편은 슬라이딩마이크로톰(sliding microtome)으로 두께 15-20μm의 3단면 절편을 만들었다. 사프라닌(safranin)으로 염색한 후 알코올 및 키실렌(xylen)에 의한 탈수 및 투화(透化)시킨 다음 카나다발삼(canada balsam)으로 고착하여 프레파라트를 만들었다. 광학현미경으로 목재를 구성하는 세포의 형태적 특성을 조사하고 주사형 전자현미경에 의한 확인을 거친 다음, 기 발표된 수종별 목재조직 특성을 비교 검토하여 해당수종을 확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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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 법보전 비로자나불 표본위치(HeinB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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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 대적광전 비로자나불 표본위치(HeinTB) |
1.2 비로자나불의 수종
법보전 및 대적광전 비로자나불에 사용한 재료는 모두 향나무(Juniperus chinensis, 측백나무과)였다. 표본에서 관찰한 세포의 현미경적인 특성은 다음과 같다.
횡단면에서 가도관, 방사조직, 축방향유세포를 관찰 할 수 있다. 춘재에서 추재로의 변화가 매우 점진적이고 추재가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춘재부의 가도관과 가도관 사이에는 작은 세포간격이 나타나는 것이 이 수종의 특징이다. 축방향유세포가 접선상으로 관찰되고 있다. 아래위로 가느다란 선처럼 보이는 세포가 방사조직이다.
방사단면에서 가도관, 방사조직, 축방향유세포의 종단면을 관찰할 수 있다. 가도관에는 이중환(二重環)의 유연벽공이 대부분 세포축에 대하여 1열로 분포한다. 가도관의 방사조직이 만나는 직교분야에는 삼나무형과 편백형이 섞여 있으며 때로는 그 중간형도 있다. 아래위로 길게 내용물이 들어 있는 세포가 축방향유세포이다.
접선단면에서 가도관과 단열방사조직이 주로 관찰된다. 가도관은 유연벽공의 크기가 작아 잘 보이지 않으며, 방사조직의 대부분은 3~10 세포높이 정도이다.
1.3 향나무의 특성
향나무는 사찰이나 향교 등에 인위적으로 심어서 가꾸는 나무이다. 햇빛을 좋아하고 생장이 늦으므로 자연 상태에서는 다른 나무와 경쟁에 살아남기가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오늘날 자연 상태로 향나무가 분포하는 곳은 울릉도 밖에 없으며, 육지의 향나무는 모두 심은 것이다. 향나무는 불교가 들어오면서부터 향을 피우는 재료로 널리 이용된 나무로 짐작된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이향(異香), 향기(香氣), 분향(焚香), 행향(行香), 소향(燒香), 향등(香燈), 향차(香車), 향화(香火), 향사(香祀), 향탁(香卓), 향연(香煙), 향로(香爐), 향목(香木), 향도(香徒), 향영(香嶺)등 향나무와 관련이 있는 용어가 여러 번 등장하고 있다. 물론 이들이 모두 향나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려우나, 상당 부분이 직간접으로 향나무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양 비로자나불의 재질은 향을 피우는 귀중한 나무로서 향나무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수령 100~120년 정도의 향나무를 잘라 가운데를 파내어 불상의 뼈대를 만들고 불상의 팔꿈치부분이나 무릎 부분은 다른 나무를 덧대어 제작한 것으로 짐작된다.
2. 제작연대 분석
서울대학교 기초과학교육연구 공동기기원에서 소장하고 있는 질량분석이온빔가속기(AMS, Accelerator Mass Spectrometer)에 의한 연대분석을 의뢰하였다. 분석을 위한 표본위치와 나무의 벌채하여 비로자나불을 실제 조성한 년도가 다르므로, 나이테 수를 계산하여 보정한 연대를 비로자나불 조성 연대로 제시하였다.
2.1 표본의 수집
법보전과 대적광전 비로자나불 복장 벽에서 법보전 비로자나불은 3곳, 대적광전 비로자나불은 4곳을 재질분석 표본위치와 같은 위치에서 수집하였다.
법보전 비로자나불 복장은 아래쪽 지름이 28cm, 가운데의 지름이 20cm의 원통형으로서 위로 가면서 좁아진다. 복장의 높이는 110cm이다. 복장 밑바닥에서 24cm높이에는 길이 45cm, 두께 12cm(b), 높이 6cm의 ⊂⊃형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의 바깥쪽은 다른 나무가 덧대어져 있으므로 공간부분까지를 골격목재로 보았다. 원래의 나무 굵기는 깎고 다듬은 공정에서 없어졌다고 추정되는 부분(c)을 추가하였다.
대적광전 비로자나불은 아래쪽 지름이 36cm, 가운데의 지름이 27cm의 원통형으로서 위로 가면서 좁아진다. 복장의 높이는 115cm이다. 복장 밑바닥의 왼편 45도 방향에는 높이와 길이가 5cm, 두께 6cm(e)의 □형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의 바깥쪽은 다른 나무가 덧대어져 있으므로 공간부분까지를 골격목재로 보았다. 원래의 나무 굵기는 깎고 다듬은 공정에서 없어졌다고 추정되는 부분(f)을 추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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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법보전 비로자나불 복장 모식도 |
그림 대적광전 비로자나불 복장 모식도 |
2.2 연대분석 결과
2.2.1 법보전 비로자나불과 명문
법보전 비로자나불 오른 쪽 복장 벽에서 채집한 표본번호 HeinBB-1의 서울대 AMS연대 값은 AD 730±40이다. 이 값은 실제 나무를 벌채한 연대가 아니므로 보정이 필요하다. HeinBB-1위치는 복장 높이의 중간쯤 되는 부분으로서 반지름은 10cm(a)이고 오른 쪽 ⊂⊃형 공간 부분은 두께(b) 12cm이다. 따라서 비로자나불 본체의 골격목재는 대체로 반지름22cm이었다고 추정된다. 그러나 깎아 내고 다듬은 공정이 있으므로 원래의 크기는 8cm(c)정도가 더 있었다고 가정한다면 실제로는 반지름 약 30cm이상의 원목을 벌채하여 가공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표본 채집위치에서 나무가 벌채될 때까지의 기간(20cm)에 자란 년 수를 더해 주어야만 비로자나불 조성 당시의 연대를 알아 낼 수 있다. 이를 위하여 이 기간 동안의 나이테 숫자를 알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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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법보전 비로자나불 단면 모식도 |
우선 ⊂⊃형 부분의 두께(b) 12cm에 나타난 나이테의 지름을 측정한 결과 대체로 2~5mm사이에 있고 나이테 수는 45개 이었다. 이 부분의 평균 나이테 지름은 약 2.7mm인 셈이다. 한편 원래 굵기의 반지름을 30cm 로 보았으므로 실제로 측정할 수 없는 8cm부분(c)의 나이테 수를 추정하여 계산하여 주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나무는 노령화가 되면서 급격히 나이테 폭이 감소하므로 8cm부분의 평균 나이테 지름은 약 2.0mm로 추정해 보았다. 따라서 이 부분의 나이테 수는 약 40개로 짐작된다.
결국 법보전 비로자불을 제작한 연대는 표본채집위치에서의 AMS연대 값에다가, ⊂⊃형 부분의 나이테 수 45년(b)과 깎고 다듬은 공정에서 없어졌다고 추정되는 부분(c)의 추정 나이테 수 40년을 합친 85년을 더해 주어야 한다. AMS연대 값 AD 730±40에다 85년을 더하여 AD815±40이 된다.
한편 표본번호 HeinBB-2로 의뢰한 명문 목재의 연대는 비로자나불 복장 벽의 HeinBB-1 표본과 동일한 AD 730±40이었다. 이 값은 명문을 조성할 당시의 연대로 볼 수 없다. 즉 법보전 비로자나불을 조성하기 위한 향나무를 벌채한 후, 심재부분에서 명문 판자목재를 채취하였으며 그 연대가 AD 730±40으로 생각할 수 있다.
2.2.2 대적광전 비로자나불
대적광전 비로자나불 복장 벽에서 채집한 표본번호 HeinTB-1의 서울대 AMS연대 값은 눈금맞춤연대(calibrated ages)가 AD 910, 혹은 990이다. 이렇게 두 연대가 나오는 것은 분석연대에 두 피크(peak)가 나오기 때문이다.
법보전과 마찬가지로 이 값은 실제 나무를 벌채한 연대가 아니므로 보정이 필요하다. HeinTB-1위치에서 복장의 아래 쪽 반지름(d)은 18cm이고 복장입구 왼쪽 □공간 부분은 두께(e) 6cm이다. 따라서 비로자나불 본체의 골격목재는 대체로 반지름24cm이었다고 추정된다. 그러나 깎아 내고 다듬은 부분(f)을 8cm로 보면 실제로는 반지름 약 32cm이상의 원목을 벌채하여 가공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표본 채집위치에서 나무가 벌채될 때까지의 14cm기간(e+f)에 자란 년 수를 더해 주어야만 비로자나불 조성 당시의 연대를 알아 낼 수 있다. 이를 위하여 이 기간 동안의 나이테 숫자를 추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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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대적광전 비로자나불 단면 모식도 |
우선 □공간 부분에 나이테가 명확하지 않아 어려움이 있으나, 법보전 비로자나불의 나이테지름 2~5mm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으므로 평균지름을 3mm로 보아 사각형 부분의 두께 6cm에 포함된 나이테 수는 20개 안팎으로 추정했다. 한편 원래 굵기의 반지름을 32cm로 보았으므로 실제로 측정할 수 없는 8cm부분의 나이테 수를 계산하여 주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나무는 노령화가 되면서 급격히 나이테 폭이 감소하므로 이 부분의 평균 나이테 지름은 법보전 비로자나불과 마찬가지로 약 2.0mm로 보았다. 따라서 이 부분의 나이테 수는 40개로 짐작된다.
결국 대적광전 비로자불을 제작한 연대는 표본채집위치에서의 AMS연대 값에다가, □공간 부분의 나이테 수 20년(e)과 깎고 다듬은 공정에서 없어졌다고 추정되는 부분(f)의 추정 나이테 수 40년을 합친 60년을 더해 주어야 한다. 피크가 두 곳에 있으므로 AMS연대 값 AD 910±40년에다 60년을 더하여 AD970±40년이거나 혹은 AD 990±40AD에 60년을 더한 1,050±40년이다.
2.2.3 AMS 연대분석결과와 고찰
질량분석이온빔가속기(AMS)는 방사성 탄소연대를 측정하는 최신의 방법으로서 탄소동위원소 개수를 직접 헤아리는 방식으로서 1g미만의 극소량의 표본으로 분석이 가능하다.
그림13과 같이 법보전 비로자나불 AMS연대 분석 결과표를 보면 실제로 측정한 방사성탄소 연대 값을 제시하고, 나이테마다 연대를 측정한 보정자료를 근거로 계산한 수정 연대가 ‘연대 눈금 맞춤결과’의 연대이다. 비로자나불 연대 추정은 제시된 ‘연대 눈금 맞춤결과’를 기준으로 계산하였다.
그러나 연대추정은 실제측정 자료 및 보정자료에서 상당한 범위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으며 오차의 범위는 신뢰한계 68.2%에서 AD685~775년(보정연대:770~860년), 95.4%에서는 AD660~870(보정연대:745~955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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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법보전 비로자나불 AMS 연대분석 결과표 |
한편 대적광전 비로자나불 AMS연대 분석 결과는 그림14와 같다. 법보전 비로자나불과 마찬가지로 대적광전 비로자나불 연대 추정은 제시된 ‘연대 눈금 맞춤결과’를 사용하였다.
그림에서처럼 신뢰한계 68.2%에서 AD900~920년(보정연대:960~980년) 및 AD960~1020년(보정연대:1,020~1,080년)라는 두 개의 피크를 갖고 있다. 각각의 중간 값 AD910년과 AD990년을 연대 값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당시의 지구상 방사성 동위원소의 체감율이 불안정한 탓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연대의 변동 폭이 다소 크다는 의미로 생각할 수 있다. 한편 95.4%에서도 AD890~1,030년(보정연대:950~1,090년)으로서 비교적 연대의 변동 폭이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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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대적광전 비로자나불 AMS 연대분석 결과표 |
3. 결론
해인사 소장 법보전 비로자나불과 대적광전 비로자나불의 재질과 조성연대를 분석하였다. 양 비로자나불의 재질은 100~120년생 정도의 향나무를 사용하였다.
법보전 비로자나불의 조성 연대는 AMS분석 값의 평균값을 적용하면 AD815±40이며 명문목재는 AD730±40로 추정된다. 그러나 오차를 고려하여 95.4%의 신뢰한계에서 보면 측정 값 AD660~870년에다 복장 벽에서 벌채 조성년도까지의 85년을 더하여 AD745~955년이다. 이는 조성 연대가 빠르면 AD740년 전후, 늦으면 AD950년 전후로 추정된다는 뜻이다.
대적광전 비로자나불은 AMS분석 값의 평균값을 적용하면 법보전 비로자나불 보다 150~200년이 더 늦은 AD970±40년이거나 혹은 AD1,050±40이다. 마찬가지로 오차를 고려하여 95.4%의 신뢰한계에서 보면 측정값은 AD890~1,030년이므로 복장 벽에서 벌채 조성년도까지의 60년을 더하면 AD950~1,090년이 된다. 따라서 대적광전 비로자나불은 빠르면 AD950년 전후, 늦으면 AD1,090년 전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