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구암리 생활유적 목질유물의 수종
(경북대 박물관 총서 19호, 1993)
칠곡 구암리 목질유물에서 식별된 수종은 침엽수로서 소나무를 비롯하여 활엽수는 버드나무류, 오리 나무류, 상수리나무류, 졸참나무류, 산뽕나무 및 관목이 일부 검출되었다. 이 중에서 가장 많은 개체 수가 식별된 것은 소나무이며 상수리나무와 졸참나무가 다음을 잇고 산뽕나무도 비교적 많으며 버드 나무와 오리나무는 각각 1 - 2개체에 불과하였다. 또 작은 목편 이외에 몇 점의 출토된 직경 30 - 4 0cm의 대경목은 참나무류와 산뽕나무이었다.
칠곡 구암리 생활유적지에서 구분된 수종은 한반도에 흔히 발견되는 소나무와 참나무류를 주수종으 로 하며 버드나무, 오리나무등 온대중부에서 온대북부에 걸쳐서 분포하는 수종이 대부분이다. 한편 온대남부나 난대림에서 볼수있는 상록성수종은 전혀 나타나지 않으므로 수목의 종류로 본 당시의 기 후는 지금과 거의 비슷하거나 약간 더 추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암리의 현재 지형으로 볼때 매몰된 목질유물은 상부의 가산산성쪽에서 흘러 내려온 것으로도 생 각할 수 있으나 비교적 크기가 작은 목편이 버드나무 혹은 오리나무로 구분되고 대경목은 참나무류 와 산뽕나무이므로 출토목질유물은 현재의 위치에 자라든 수목으로 추정하였다. 출토목질유물이 가산 산성쪽의 산악지에서 홍수등의 원인으로 흘러내렸다면 작은 목편에서는 산악지 수종으로 볼 수 있는 서어나무, 물푸레나무등의 수종이 검출되어야 할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생활유적지가 형성될 당시 의 지형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볼수 있으며 이는 저습하안지역의 대표수종인 버드나무와 오리나무가 식별되는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당시의 생활상을 추정해 볼수 있는 수종로서는 많은 양이 출토된 산뽕나무를 들수있겠다. 산뽕나무 는 작은 목편으로 출토된 것은 물론 대경목으로도 출토되어 생활유적지의 주변에 흔히 분포하였든 것으로 추정할 수 있고 이는 이 나무의 특성상 자연분포보다는 인위적인 재배의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산뽕나무는 양잠의 목적으로 아주 옛날부터 재배되어 온 것으로 알려져 있고 문헌에 나타난 것을 보면 박혁거세왕 17년에 6부의 마을을 두루 살피고 농경과 뽕나무심기를 권장한 기록이 있다. 또한 뽕나무는 서경의 우공편에 의하면 활을 만드는 재료로서 귀중하게 취급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에서도 뽕나무는 궁간목으로 중요시하며 각 고을에서 나라에 바치기도 하였다.
따라서 구암리 출토 산뽕나무는 당시를 살아가든 사람들의 생활상이 양잠을 하여 비단을 생산하고 활을 만드는 재료로서, 나아가서는 오디를 생산하는 과일로서 산뽕나무를 이용한 것이 아닌가 필자 나름대로의 추정을 해 보았다.
아울러 생활유적지의 주변에 흔히 생육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수리나무와 졸참나무등의 참나무류는 온대지방에 가장 널리 퍼져있는 수종으로서 자연에 대한 적응력이 강하고 인간에게는 먹을수 있는 열매와 좋은 목재를 생산하는 유용한 나무이다. 우선 흔히 도토리라고 말하는 참나무류의 열매는 가 뭄이 들어 사람이나 산짐승이 모두 굶주림에 허덕일때 풍년이 들때 보다 훨씬 많은 도토리를 생산하 는 특성을 갖고있어서 구황식물로서도 톡톡히 역할을 해내었다. 큰 잎을 갖고 있어서 땅을 비옥하게 하고 산불에 강하고 땅을 기름지게 하는데 어뜸가는 나무이다. 나무질은 단단하면서 질기고 쉽게 썩 지않으므로 각종 농기구재를 비롯한 생활용구의 재료로서도 적합하다. 따라서 이들 나무들도 당시 생 활인들과 직간접으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지 않았나 생각해 볼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