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茶飯事)란 말은 차를 마시는 일은 일상적으로 흔히 있는 일이란 의미이고 뜻이고 명절을 맞아 간략하게 지내는 제사를 차례(茶禮)라고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오래 전부터 차를 마셔왔다. 삼국유사 제5권 감통 월명사(月明師)의 도솔가와 같은 삼국유사 제2권 기이(紀異) 경덕왕 이야기 등에 벌써 차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 차가 들어온 것으로 인정받은 내용은 삼국사기 신라 흥덕왕 3년(828)의 기록을 근거로 하고 있다. ‘당 나라에 갔다가 귀국한 사신 대렴이 차나무 종자를 가지고 왔다. 왕은 그것을 지리산에 심게 하였다.’는 것이다. 예부터 차 한 잔을 같이 마시면서 조용히 담소를 나누는 차 문화는, 인생을 관조하고 우주 만물의 이치를 깨닫게 하는 길이라고 한다. 지배계층인 승려를 중심으로 삼국시대와 고려를 거쳐 천년을 이어오든 차 문화는 조선조에 들면서 유교의 영향으로 쇠퇴의 길을 걷는다. 거의 맥이 끊겨오다 싶이 하다가 최근 차에 항암효과와 치매예방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 나오고, 다이어트에도 좋다는 경험론들이 퍼지면서 차를 즐기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차나무는 대엽종과 소엽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 재배되는 차나무는 소엽종으로서 대엽종과는 달리 큰 나무로 자라지 않는다. 또 찻잎을 따기 위하여 적당한 높이로 잘라버리므로 실제 만나는 차나무는 거의 허리춤 남짓한 키다. 자르지 않고 그대로 두어 제법 큰 나무로 자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차나무는 하동 정금리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차나무는 개인 소유 차밭(도심다원)의 급경사지에 계단상으로 조성된 석축 위에 있으며, 땅위 10cm에서 2개(줄기둘레 30cm, 40cm)로 갈라진 후 다시 30cm 부위에서 5개로 갈라져 자란다. 나무 주위에는 목제 데크와 안내판 및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차밭은 오래전에 조성된 곳으로서 굵은 차나무들이 여러 그루 있었으나 정비하면서 제거되고 현재 한 그루만 남게 되었다고 한다. 나무는 키 4.2m, 줄기 밑 부분 줄기둘레 62cm이다.
이 차나무의 나이가 100년 전후, 500년, 1,000년 등 여러 가지로 알려져 있어서 혼란스럽다. 특히 나이 1,000년은 한국양명회 소속 안모씨의 2002.05.26 차의 날 행사자료에서의 주장을 근거로 한다. 이후 ‘천년차’란 이름으로 고가의 상품화가 되었으며, 2008.07.01 한국기록원이란 단체에서 ‘최고(最古)차나무’라 하여 인정서까지 수여했다. 과연 믿을 만한 근거가 있는가?. 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나무 전문가들은 천년이란 나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드리지 않는다.
안씨가 조사할 당시의 뿌리목 줄기의 둘레 52cm이었으므로 수피를 제외한 실제 둘레 48cm를 3.14로 나누어 차나무 지름은 150mm로 계산하였다. 그는 인용문헌이나 실험값이 전혀 없이 1년 동안 자라는 차나무 나이테 지름을 0.15mm로 가정하였다. 이런 근거 없는 가정을 바탕으로 차나무 지름에다 나이테 지름을 곱하여 ‘차나무 나이 1천년’을 계산하였다. 어떤 모순점이 있는지 따져보자. 첫째, 현미경으로 측정한 차나무의 평균 세포크기는 약 0.05mm이므로 연간 0,15mm 나이테 하나에 불과 3개의 세포로 천년을 살았다는 결론이나 생리적으로 있을 수 없다. 두 번째, 나무는 가운데 배꼽을 두고 동심원상으로 나이테가 형성되므로 나이는 반경(半徑)으로 계산해야 한다. 따라서 그의 방식을 따르더라도 500년이 맞다. 셋째, 소엽종 차나무의 수명이 1~2백년을 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후는 줄기가 죽고 뿌리목에서 새싹이 돋아나서 줄기가 여럿 올라와 자라는 것이 특징이다. 넷째, 이 차나무의 나이문제로 뿌리목에서 둘레를 처음 측정한 2002년부터 10여년 사이에 둘레가 10cm이상 커졌다. 이런 속도로 천년을 자랐다면 둘레가 몇 아름은 된다. 다섯째 나무의 외형에서 고목 티가 나지 않는다. 자람조건이 극히 나쁘면 나이테 형성을 하지 않고 건너 띄는 경우도 있으나 잎이 작고 줄기가 뒤틀리는 등 나무의 외형에서 고목티가 난다.
차나무는 자람 터의 토양조건이나 기후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1년에 자라는 나이테 지름은 1~2mm까지 자랄 수 있다. 현재 뿌리목 둘레는 수피 포함하여 62cm이나 수피를 무시하고 간편하게 그냥 3.14로 나누면 지름이 200mm이다. 반경은 100mm이므로 나이테 평균지름이 1mm라면 나이는 100년 남짓이다. 자라는 토양이 나쁘다고 가정하여 나이테 평균지름을 0.5mm라고 해도 200년에 불과하다. 필자는 2001년 경 이 나무 근처의 다른 차나무의 나이테를 현미경으로 비공식 조사한 바 있다. 당시 측정 나이는 약 80년이었다.
따라서 이 차나무의 나이가 1천년이란 이야기는 터무니없이 과장되었으며, 실제는 100년 남짓이라고 생각된다. 최대로 잡아도 200년은 넘지 않는다. 이 차나무는 굵기가 우리나라 최고라는 뜻이다. 한편 경남 밀양시 산외면 다죽리 607 혜산서원에는 키 2.7m, 뿌리목 둘레 18~26cm의 줄기가 여러 갈래고 갈라져 자라는 차나무가 있다. 나이는 약 250년 정도로서 비교적 명확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보존상태도 우리나라의 다른 어떤 차나무보다 좋다.
경남 하동군 화개면 정금리 산74 도심다원, GPS 정보 : N35°13′15.6″ E127°38′53.9″
키 4.2m, 뿌리목 둘레 62cm, 나무갓 나비 : 동서 5.6m, 남북 5.3m, 나이 약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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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1현재, 겨울을 제대로 넘기지 못하여 짚으로 방한복을 입고 줄기의 대부분이 잘려나
가는 응급조치를 받았다. 동해를 입은 탓도 있으나 수명이 다 되어 원줄기가 곧 죽음을 맞을
것 같다. 학계에서 생각하고 있는 수명 1~2백년이 거의 맞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