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높이 3.6m, 땅에 맞닿는 부분의 지름이 약 60cm정도이며 가지는 동서로 4.1m, 남북으로 7m정도이다. 땅위 30cm정도에서 줄기가 둘로 크게 갈라져 현재 동쪽가지가 살아서 전체 나무 모양을 이루고 있다. 밑둥치의 굵기로 보아 한 때 큰 나무이었으리라 짐작이 된다. 나무의 나이는 4백에서 5백년 정도로 보고 있으나 증명할 명확한 자료가 없다. 이 나무는 천연기념물 78호인 갑곶리의 탱자나무와 함께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탱자나무가 자랄 수 있는 북쪽 한계선에 있는 나무로서 학술적으로 귀중한 자료이다. 강화도에 처음 탱자나무를 심게 된 이유는 성벽 밑에 적병이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탱자나무 이야기 운향과 (학명) Poncirus trifoliata Rafin. (영) Trifolia Orange, Japanese Bitter Orange (일) カラタチ (漢) 枳, 枳橘, 枸橘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에서 최 참판 댁의 설명을 보면, '사랑 뒤뜰을 둘러친 것은 야트막한 탱자나무 울타리다. 울타리 건너편은 대숲이었고 대숲을 등지고 있는 기와집에 안팎일을 다 맡는 김 서방 내외가 살고 있었는데…'라는 생울타리를 그려놓은 구절이 있다. 날카로운 가시 때문에 예부터 울타리로 널리 심었다. 충남 서산시 해미면 읍내리에는 조선 성종 22년(1491)에 축성된 약 6만평의 해미읍성(사적11호)이 있다. 성의 북서쪽에는 적의 접근을 막기 위해 깊은 도랑을 파고 성벽 둘레에 탱자나무를 심어서 일명 탱자성이란 의미로 지성(枳城)이라고도 하였다. 또 강화도의 갑곶리 및 사기리에 있는 천연기념물 78호와 79호의 탱자나무는 자연적으로 자랄 수 있는 최북방에 있어서도 유명하지만 민족 수난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강화도에 역시 외적의 침입을 저지할 목적으로 심는 것의 일부가 지금까지 남아있다. 절대왕조 시대의 권력투쟁은 패자에게는 너무나 비참하다. 자리에서 밀려나는 것으로 끝나면 천만다행, 대부분 귀양살이를 가거나 심한 경우 사약을 받아야 한다. 귀양살이하는 죄수의 거주지 둘레에 울타리를 둘러치거나 가시덤불을 쌓아 외인의 출입을 금하는 위리안치(圍離安置)를 시킨다. 여기에 쓰이는 나무가 탱자나무인데 제주도, 진도 등 남쪽으로 귀양간 사람들은 탱자나무 울타리 안에 갇혀서 한 많은 세월을 보냈을 것이다. 남쪽지방의 인가나 과수원 울타리 나무로도 널리 심는다. 어린 시절 밑 빠진 양철 양동이를 사과밭의 탱자나무 울타리에 박아 넣고 살살 기어 들어 사과 서리하다가 혼난 기억이 남는다. 자연상태 그대로 두면 5-6m도 자라나 대개 사람 키 보다 살짝 높이로 키운다. 약간 모가 난 초록색 줄기가 길고 튼튼하며 험상궂게 생긴 가시가 쉽게 접근을 거부하는 듯 제법 위엄을 준다. 그러나 5 월경에 피는 새하얀 꽃은 향기가 그만이고 가을이 되면 동그랗고 노오란 탱자열매가 가까이 오지도 말라고 겁주는 가시에 어울리지 않게 일품이다. 중국의 고전인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제나라 재상 안영이 외교사절로서 초나라의 왕을 만나러 갔을 때 안영의 기를 꺾기 위해 제나라의 도둑을 잡아 놓고 '당신 나라 사람들은 도둑질하는 버릇이 있는 모양이다'고 비아냥거렸다. 이에 안영은 귤화위지(橘化爲枳)란 말로 응수하였다. 즉 `귤나무가 변하여 탱자나무가 되다'라는 말인데 '귤나무는 회수(淮水)의 남쪽에서 자라면 귤이 열리지만 회수 북쪽에 심으면 탱자가 열린다고 합니다. 저 사람도 초나라에 살았기 때문에 도둑이 됐을 것입니다'고 응수했다. 동의보감과 본초도감에 보면 탱자열매는 피부병, 열매껍질은 기침, 뿌리껍질은 치질, 줄기껍질은 종기와 풍증을 낫게 한다하여 모두 귀중한 약제로 쓰였다. 나무 자체는 별로 쓰임새가 없을 것 같으나 북채를 만드는 나무로는 탱자나무를 최고로 친다. 소리꾼은 탱자나무 북채로 박(拍)과 박 사이를 치고 들어가면서 북통을 따악…하고 칠 때 울려 퍼지는 느낌의 바다에서 희열을 맛본다고 한다. 중국 원산으로 경기이남의 따뜻한 지역에 심고 있는 잎이 떨어지는 넓은 잎 가시나무이다. 잎 모양이 독특하여 하나의 잎자루에 3개씩의 작은 잎이 붙어 있고, 또 잎과 잎 사이의 잎자루에는 좁다란 날개가 달려있다. 쓰임새는 생울타리이며 제주도 등지에서는 귤나무를 접붙이는 밑나무이다. 험상궂은 가시와 초록색 줄기 및 잎자루의 날개가 탱자나무를 다른 나무와 구별해 내는 요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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